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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2021-05-13

'욕 나온다' 말하지 말고 욕을 하자...'욕설'의 효능은?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부닥치면 욕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집에서 새끼 발가락을 찧거나, 밤새 만든 과제가 갑자기 날아가거나, 길을 걷다가 물 벼락을 맞는 등 짜증나는 상황에 처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나도 모르게 입에서 욕이 튀어나온다. 심지어 욕을 하고 나서는 기분이 풀리는 경험을 한다.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욕설이란욕설 문화 전문가 엠마 번 박사는 BBC와 인터뷰에서 “욕설은 정의 내리기 애매한 분야다”라고 말하면서, “우리는 사회적 합의로 무엇이 욕설이 될지 정한다. 이러한 합의는 문화마다 다르다”라고 말했다. 박사는 욕설에는 한 가지 핵심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욕은 그 문화권에 금기시하는 것을 소재로 삼는다. 예를 들어, 면접 등 중요한 자리에서 사용하지 않을 단어들을 욕의 소재로 삼는 것이다.”욕설은 감정과 연관성이 크다. 기쁨, 놀라움, 고통, 분노, 후회까지 우리가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이 욕설과 관련되어 있다. 엠마 번 박사는 “욕설은 감정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말했다. 박사는 “뇌 좌반구를 들어내거나 좌반구에 손상이 생겨 언어능력 대부분을 상실해도 욕을 할 수 있다”라고 전하며, “사람은 특정 언어와 강력한 감정 고리를 형성한다. 이 경우, 일반적인 언어들과는 저장되는 곳이 달라 언어를 관장하는 뇌의 특정 부분에 문제가 생겨도 여전히 욕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적절한 욕설은 좋은 감정 조절 도구심리 상담가이자 Therapy Central의 설립자인 라파엘 안토니오 박사는 미국 건강 정보지 Healthline과의 인터뷰에서 “짜증나고 어려운 상황에서 욕을 하는 것은 심리적 해방감을 준다”라고 말했다.욕설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불리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회복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안토니오 박사는 “욕설은 실질적으로 우리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지만, 우리 내부에 있는 정서적 불균형을 진정시키고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또, “욕설은 단기적으로 효과적인 감정 조절 도구가 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욕을 하면 고통이 줄어들까영국 킬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리처드 스티븐스 박사는 욕설이 고통을 줄여주는 데 도움이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험을 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얼음 양동이에 손을 넣고 얼마나 오래 참는지를 관찰했다. 실험은 두 차례 이루어졌는데, 참가자들은 첫 번째 실험에서 양동이에 손을 넣고 욕설을, 두 번째 실험에서는 정중한 단어를 사용했다.그 결과, 연구진은 욕설하면 고통을 더 오래 참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스티븐스 박사는 “욕설을 하면 심박 수가 증가한다. 욕설이 일종의 감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다는 증거다”라고 말하면서, “고통스러운 상황에 부닥쳤을 때 욕을 하면 스트레스가 더 높아진다. 그렇게 스트레스가 높아지면, 고통을 느낄 수 없도록 통각 상실 기능이 작동하기 시작한다”라고 전했다.2011년 The Journal of Pain에 올라온 연구에 따르면, 고통스러울 때 욕설을 하면 싸움-도망 반응(fight or flight response), 그리고 아드레날린의 급증을 유발한다고 했다.그러나 평소에도 욕설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는 이러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욕설을 많이 하는 사람이란 하루에 적어도 60개 이상의 강한 욕설을 하는 사람이다.리처드 스티븐스 박사는 “욕설은 매우 감정적인 언어이다. 이번 연구는 욕설을 남용하는 것이 정서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라고 밝혔다. 스티븐스 박사는 “예를 들어, 욕설은 단기적으로 효과적인 진통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욕설에 익숙한 상태라면 아마 진통 효과를 얻지 못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욕설을 너무 많이 하면 욕설의 긍정적인 효과가 떨어질 수 있어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