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설에 따르면 마리 앙투아네트는 18세기 처형 당하기 전 밤사이 머리가 하얗게 변했다고 한다. 이 속설에서 유래되어 ‘마리 앙투아네트 증후군(Marie Antoinette Syndrome)’이란 극심한 스트레스, 공포와 슬픔으로 인해 하루 아침에 머리카락 색이 하얗게 변하는 현상을 의미하게 되었다. 비록 속설이 사실인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콜롬비아 대학의 연구원들은 심리적 스트레스와 흰 머리카락 사이의 연관성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최초로 제시했다. 그리고 스트레스로 인해 변한 머리카락 색이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6월 22일 eLife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이 연구는 스트레스가 머리카락 색소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한다. 이 연구의 수석 저자 마틴 피카드 박사는 “흰 머리카락이 기존 색상 상태로 돌아가도록 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은 인간의 전반적인 노화 과정과 그것이 스트레스의 영향을 어떻게 받는지에 대한 새로운 단서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 결과에 대해 “인간의 노화가 선형적이고 고정된 생물학적 과정이 아니라 최소한 부분적으로 중단되거나 심지어 일시적으로 역전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우리의 머리카락은 우리의 생물학적 역사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머리카락이 아직 모낭으로 피부 아래에 있을 때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영향과 우리의 몸에 일어나는 일들의 영향을 받는다.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백발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오랫동안 믿어왔지만 과학자들은 이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부족해 입증할 수 없었다. 이 연관성을 증명하기 위해 연구진은 모발을 분할해 각각의 조각에서 색소량을 정량화하였다. 분석 결과 스트레스와 모발의 색소량은 연관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는 머리카락 색소를 만드는 세포 기능에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는 단백질을 만드는 세포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에 영향을 주는데 이 영향이 특정 임계치를 넘어가면 흰머리가 나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면 다시 색을 찾게 된다. 이 임계치는 나이가 들수록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마이애미 밀러 의과대학의 피부과 전문의인 랄프 파우스는 “노화현상을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료”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를 늘리고 스트레스 정도를 뇌파를 통해 실시간으로 채집하고 분석할 수 있는 추후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