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목숨을 잃고 어떤 사람은 감염된 줄도 모른 채 넘어간다. 미국 스탠퍼드 의과대학의 연구원들은 코로나19를 일으키는 SAR-CoV-2의 사촌 격인 감기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으로 과거에 면역이 형성되었던 기억이 코로나19에 대한 저항력을 만든다는 것을 밝혀냈다. 지금까지 확인된 인간 코로나바이러스는 7가지이다. 사스를 일으키는 SARS-CoV, 메르스를 일으키는 MERS-CoV, 그리고 코로나19를 일으키는 SARS-CoV-2 외에도 4개의 인간 코로나바이러스가 존재한다. HCoV-229E, -NL63, -OC43 및 HKU1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 사이를 지속적으로 순환하며 가벼운 상호흡기 질환을 유발하고, 일반 감기 사례 15~30%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연구진은 만약 면역 체계의 특정 세포들이 이전에 사촌 코로나바이러스를 만났던 것을 ‘기억’한다면, 코로나19에 걸렸을 시 경미한 증상만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이미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면역이 형성되었다면, 코로나19를 유발하는 SARS-CoV-2에 감염되었을 때 면역세포가 더 빠르게 대항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은 T세포이다. T세포는 적응성 면역을 담당하는 림프구의 일종으로 그 중에서도 세포성 면역을 담당한다.
면역 '기억'을 가진 T세포특정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은 항체에 달려있다. 항체는 바이러스와 결합해 세포 감염을 차단하는 중화 작용을 하게 되는데, 중화 항체는 바이러스에 쉽게 속는 단점이 있다. 수석 연구원인 데이비스 교수는 “병원체는 빠르게 진화해 항체가 알아채지 못하게 본인의 특징을 감춘다”고 말하며 “그렇지만 T세포는 다른 방식으로 병원체를 인식하기 때문에 속이기 어려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체의 세포는 방금 만든 단백질에서 조각을 잘라내 표면에 제시한다. 주조직적합성복합체(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MHC)라고 불리는 이 펩타이드를 보고 T세포는 병원체를 식별하게 된다. 킬러 T세포(Killer T-cell)의 수용체가 침입한 세균 또는 바이러스에 의해 생성된 표식을 발견하면 면역 체계를 활성화시킨다. 킬러 T세포는 증식한 뒤 같은 표식을 띄고 있는 세포를 샅샅이 찾아내 파괴한다. 킬러 T세포가 분열해 생성된 딸세포 중 일부는 차분한 상태를 유지하는 기억 T세포(Memory T-cell)로 혈액과 림프에 수십 년 동안 살다가 같은 표식이 나타나게 되면 즉각 처리한다. 연구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4개의 감기 코로나바이러스 사이에서 일치하는 염기서열로부터 서로 다른 24개의 펩타이드 서열을 찾아냈다. 개별 펩타이드를 표적으로 하는 T세포를 확인한 결과, 경증 환자에게서 신종 코로나와 감기 코로나가 공유하는 표식을 식별하고 면역 기억도 가진 킬러 T세포를 더 많이 발견했다. 반대로 중증 코로나19 환자는 최근 감기 코로나에 감염된 적이 없으며, 기억 킬러 T세포도 갖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