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 들어서 기술과 경제적 발전으로 한국 사회가 점점 서구화되며, 전통적인 사회 개념들이 바뀌기 시작하였다. 다양한 변화와 새로운 사회적 개념들이 물밀듯이 유입되는 가운데, 과거에는 단순하게 연애·결혼으로 귀결되던 남녀 관계마저 ‘썸’과 ‘삼귀다’로 대표되는 연애를 시작하기 전 애매한 사이부터, 정식 결혼 전 남녀의 혼전 동거, 연애만 하는 ‘비혼 주의’까지 복잡하게 변화되고 있다.
특히, 동거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급속도로 변화되고 있는데, 한 리서치 회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혼전동거에 대해 긍정적으로 응답한 대학생의 수가 2012년 36.1%에서 67%로 크게 늘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혼전 동거가 내 연인이 평생을 함께할 배우자로서 적절한지 알아보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훨씬 단순한 이유로 사람들이 동거를 선택한다.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Review에 실린 기사에서 캐나다의 심리학자 사만다 조엘과 제프 맥도널드는 대부분 사람들이 연인·배우자에 진지한 고려 없이 단순하게 관계를 발전시킨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사람들이 신중한 것 같아도 관계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찰 없이 연애나 동거, 결혼을 결정하는 등 오로지 관계를 발전시키는 일에만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라고 말하며, 이러한 경향을
진보 편향(Progression bias)이라고 불렀다.
이별이 어려운 이유조엘과 맥도날드는 이러한 관계의 발전을 지향하는 '진보 편향 현상'이 이별이나 이혼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꿈꾸는 이상형을 만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에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상형에 근접하지도 않는 사람과 연애나 결혼을 하곤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누군가를 자신의 연인이나 배우자로 선택할 때 자신이 꿈꿔온 이상형의 이미지를 연인의 이미지에 맞춰 수정하며, 자신의 선택을 객관적인 시선보다 긍정적인 시선으로 평가한다.그렇기 때문에 관계가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데, 관계가 더 깊어질수록 연인들은 삶의 더 많은 부분을 공유하게 된다. 예를 들어, 연애 초기에는 서로의 시간을 공유하고, 관계가 더 발전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공간을 공유하게 되며, 후일에는 하나의 공간을 공유하고자 한다. 그리고 많은 연인들이 이러한 순간 결혼을 결정한다. 결과적으로, 관계가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서로에 대한 애착이 커지고 관계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공유가 이뤄져 결국 이별 시 발생하는 비용 역시 커져 이별과 이혼을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헌신적인 관계 안에 있는 사람은 또 다른 매력적인 대안이 생겨도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관계에 머무르는 것을 선호한다. 또한, 같은 이유로 헤어졌던 연인이나 부부가 다시 재결합할 확률 역시 상당히 높다.
진보 편향이 발생하는 이유진보 편향이 관계 안에서 발생하는 이유는 다양한 측면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진화적 측면에서는 헌신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자손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기약 없이 자신의 이상형이 나타날 때까지 버티기보다는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줄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다.감정적 측면에서는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로맨틱하고 자신에게 헌신적인 사람을 놓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자신이 꿈에 그리던 관계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더라도 로맨스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거절의 위험을 감수하며 잠재적인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접근한다.모든 연인들은 사귀기 시작하면 애착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사랑에 빠지게 되며, 연인에 대한 애착과 열정은 연인 관계를 점점 더 높은 수준의 헌신적 관계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러한 애착은 연인과 부부가 가까워지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사랑에 빠진 사람은 시간이 갈수록 자신의 연인에 대한 애착이 점점 커진다. 결국에는, 연인이 곁에 없다고 느낄 때 불안하고 안절부절못하며, 연인이 곁에 있다고 느낄 때는 안정감을 느낀다. 간단하게 말해서, 자신과 연인을 얽매이는 애착이 지속되는 이상 이별을 생각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