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림막, 비말 차단 효과 95.5~99%"CDC "예방에 도움을 주는 정도"NYT "오히려 감염 위험 증가시켜"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이후 교실, 식당 등 곳곳에 투명한 플라스틱 가림막이 설치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정말 이러한 투명 가림막이 우리를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지켜주는 방패막이 될 수 있을까
◇ 가림막, “비말 차단 효과 거의 100%”우리 정부는 가림막이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수능을 앞두고 전문기관 방역기술협의체(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가 투명 가림막의 효과에 대해 연구한 바 있다. 연구진이 가로 60cm, 높이 60~90cm인 투명 가림막의 비말 차단 효과를 실험한 결과, 비말 차단율이 95.5~9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가림막의 예방 효과, “도움되는 수준 정도”일부 전문가들은 실험실과는 다르게 환경이 통제되지 않은 일상에서는 가림막의 비말 차단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사회적 거리를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물리적 장벽(Physical Barrier)을 설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공동 공간에서 물리적 장벽은 예방에 도움을 주는 정도”라고 밝히며, 가림막보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환기가 코로나19 예방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미국 조지아주 학교들에서는 책상 가림막이 환기나 마스크 착용에 비해 코로나19 예방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 가림막, “오히려 역효과…감염 위험 높여”미국 뉴욕 타임스(NYT·New York Times)는 지난 19일(현지시간) 투명한 가림막이 코로나19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매장, 교실, 사무실 등의 공간에서는 호흡할 때 나오는 입자들이 기류에 의해 운반되고 환기 시스템에 따라 대략 15~30분마다 신선한 공기로 대체된다. 그러나 플라스틱 장벽을 세우는 것은 실내 공기 흐름을 변화시키고, 정상적인 환기를 방해하며, 바이러스성 에어로졸 입자가 축적되게 할 수 있다. 미국 버지니아 공대의 린지 마 교수는 “교실에 장벽의 숲이 있다면 실내 공간의 적절한 환기를 방해할 것”이라며 “모든 사람들의 에어로졸이 갇히고, 갇히고, 쌓이게 되면서 결국에는 책상 너머로 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연구팀은 지난 6월 교실내 책상 가림막들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가림막이 설치된 환경은 사람들에게 안전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줘 마스크를 벗는 등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해지는 행동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 가림막보다 방역수칙 준수투명 가림막의 효과는 여러 변수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가림막이 감염 예방에 효과적인 상황들도 당연히 존재한다. 가까운 거리에서 대면이 불가피할 때 가림막은 침과 콧물 등 큰 입자를 막아준다. 하지만 말하고 숨쉴 때 나오는 작은 입자는 가림막으로는 역부족이다. 물론 은행원이나 버스 기사를 위해 설치돼 있는 가림막은 효과적일 것이다. 그러나 영국 리즈 대학의 캐서린 녹스 교수는 “실내에서 작은 에어로졸들이 가림막 설치에도 불구하고 5분 이내에 섞였다”며 “사람들이 몇 분 동안 소통하는 환경에서는 가림막과 상관없이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마스크 착용은 코로나 감염 위험을 크게 감소시킨다. 결국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과 환기가 가림막 설치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료 = AAAS·American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