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은 신체 구조 중에서 가장 운동 범위가 넓은 부위 중 하나다. 최근에는 컴퓨터와 스마트폰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손목은 더욱 바빠지고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생기는 대표적인 손목 질환으로는 수근관 증후군(손목터널 증후군)이 있다. 수근관 증후군은 보통 30세 이상의 성인에게서 나타나는 질환이지만, 최근에는 10~20대 젊은 층에서도 많이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자료에 의하면 2017년 10~20대 수근관증후군 환자는 총 3,540명이었지만,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21년에는 4,096명을 기록했다.
손 움직임에 관여하는 근육과 힘줄이 모인 곳, 수근관손등과 손바닥에는 다양한 근육의 힘줄과 감각 신경, 운동 신경, 혈관 등이 분포되어 있다. 손바닥 쪽에서 이 구조물들이 손목을 지날 때, 위에서 덮어주는 막이 존재하는데, 이를 가로 손목 인대라고 한다. 근육의 힘줄과 신경은 가로 손목 인대 아래에 놓이며, 이 인대와 주변 조직에 의해 둘러싸여진 터널 같은 공간을 수근관이라고 한다. 즉, 손의 움직임에 관여하는 근육의 힘줄과 신경이 수근관 안에 존재하는 것이다.
수근관의 단면적은 비교적 좁고 길어서 공간적인 여유가 별로 없다. 이러한 이유로 손목의 골절이나 탈구, 염증 등이 발생하면 관의 부피가 감소해 지나가는 조직에 압박을 가하게 된다. 이때 손가락 운동 기능의 일부를 담당하는 정중 신경이 압박되면 손과 손가락이 저리거나 통증이 느껴지는 수근관 증후군이 발생한다.
수근관 증후군 발생 위험이 높은 사람은수근관 증후군은 손목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에게 잘 발생한다. 손목이 고정된 자세로 컴퓨터 작업을 많이 하거나, 악기 연주 등 손을 빠른 속도로 반복해서 사용하는 사람에게도 흔하게 생길 수 있다. 학생의 경우에는 글씨를 쓸 때 펜을 강하게 쥐는 버릇이 있으면 수근관 증후군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밖에도 당뇨병이나 만성 신부전증 등과 같이 특정 질환을 가진 경우에도 수근관 증후군이 생길 위험이 높다. 특히 당뇨병은 신경을 침범하므로 손목 주위에 약간의 붓기만 있어도 손 저림이 더 흔하고 심하게 나타난다.
심한 손 저림 느껴진다면 수근관 증후군 의심해야수근관 증후군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손 저림’이다. 일반적으로 손이 저리면 혈액 순환 장애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밤중에 손이 저려서 잠에서 깨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면 수근관 증후군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이 밖에도 ▲손끝이 따끔하거나 화끈거리는 느낌 ▲손바닥 피부의 감각 둔함 ▲아침에 손이 굳거나 경련이 일어나는 증상 ▲손에 쥐는 힘이 약해지는 느낌 등이 수근관 증후군의 주요 증상이다.
어떻게 치료할까수근관 증후군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시행해야 할 치료법은 바로 ‘휴식’이다. 특히 수근관 증후군 초기에는 손목을 굽히는 자세를 피하기만 해도 증상이 눈에 띄게 완화될 수 있다. 지나친 손목과 손가락 사용을 피하고, 업무로 인해 컴퓨터 사용이 불가피하다면 손목 아래에 쿠션을 받치거나 부목으로 손목을 고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업무 중 부목 사용이 불편하다면 수면 중에만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증세를 호전시킬 수 있다. 증세가 수개월에서 수년 이상 지속되거나, 특수한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해보아야 한다. 하이닥 정형외과 상담의사 허성우 원장(성모엄지척정형외과의원)은 하이닥 기사 인터뷰에서 “보존적 치료를 실시했음에도 예후 개선이 뚜렷하지 않거나, 수근관 증후군의 원인이 류머티즘성 관절염인 경우, 초기 진단 결과가 수술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면 전문의가 수술을 권장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수술은 정중 신경을 압박하는 가로 손목 인대를 잘라주는 방법으로 시행한다. 수술 시간은 10분 내외로 비교적 간단하며, 수술 후에는 3일 이내 퇴원이 가능하다. 약 2주 동안만 조심하면 이후에는 정상 생활이 가능하다.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허성우 원장 (성모엄지척정형외과의원 정형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