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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2022-12-17

재벌집 막내아들 이성민이 보이는 ‘섬망’ 증세?...치매와 달라

섬망ㅣ출처: 게티이미지 뱅크

인기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11화에서 회장인 진양철(이성민)은 손자를 갑자기 기억하지 못하는 증상을 보였다. 이러한 진 회장의 증상이 치매인가 싶을 수 있지만, 섬망이라 보는 것이 더 맞다. 의문의 교통사고와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급격히 불안해진 모습, 손자를 알아보지 못하고, 손자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망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사 이승훈 원장(명지병원)은 섬망에 대해 “어떤 질환이나 상태를 경험하고 비교적 수일 내에 급격히 인지력과 집중력이 손상되는 질환”이라며 “뇌의 급성 혼란증으로 일중에 의식 변동이 있을 수 있고 환시나 망상 등을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절부절못하고 비논리적으로 변하게 하는 섬망, 그 원인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섬망은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병원 입원 환자의 10~15%가 섬망을 경험하며, 특히 수술받은 환자나 노인에게서 흔히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섬망은 주로 감염, 열병, 저산소증, 저혈당증, 약물 중독, 약물 금단 등과 같은 ‘대사 장애’와 뇌종양, 뇌졸중, 외상성 뇌 손상 등과 같은 ‘중추신경계 이상’이 있을 때 흔하게 나타난다. 또 ‘노화’ 자체도 섬망을 일으키는 위험 인자가 될 수 있으며, 골절이나 외상 등으로 ‘수술’을 받은 경우에도 섬망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꼭 고령층에서만 나타나는 질환은 아니다. 소아와 청소년을 비롯한 젊은 층에서도 발열, 외상, 약물 중독 등에 의해 섬망이 나타날 수 있다. 섬망은 단일 질환이 아니라 다양한 원인 질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증후군이다.

초기 치매 증상과 유사하지만 다른 섬망

섬망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밤에 잠을 못 이루는 수면장애 ▲본래의 것을 다른 것으로 착각하고 겁을 먹는 등의 환시 및 사고 장애 ▲날짜 감각을 잃거나, 가까운 지인과 가족을 못 알아보는 지남력 저하가 있다. 또 ▲집중력 저하 및 의식장애, 과다 각성, 초조, 산만함 등을 보이는 정신적 운동 장애를 보이기도 한다. 섬망이 나타나면 비논리적인 사고뿐만 아니라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느끼는 극심한 피해 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이 증상들은 치매 초기 증상과 유사해 보이는 탓에 둘을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치매와 섬망을 구분하려면, ‘지속성’ 유무를 따져야 한다. 섬망은 갑작스럽게 증상이 나타나며, 하루 사이에도 증상의 기복이 크게 일어난다. 하지만 치매는 증상이 서서히 나타날 뿐만 아니라 증상의 기복이 없다. 또 섬망과 다르게 증상의 발현이 시작되면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고, 증상의 발현을 늦출 수 있을 뿐이다. 다만 치매환자가 섬망을 보이는 경우도 있기에, 간혹 병원에서도 섬망과 치매를 정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섬망을 진단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가 어떤 증상을 보였는지 등을 자세히 청취하며 증상의 발생 시점과 변화 양상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때 다른 질환과 감별하기 위해 혈액검사, 뇌 전산화 단층촬영(CT), 자기 공명 영상 촬영(MRI), 뇌척수액 검사, 뇌파 검사 등을 실시하기도 한다. 검사를 통해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지, 치매로의 발전 가능성은 없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다.

섬망,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섬망은 치매와 달리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신체 질환을 경고하는 신호탄일 수 있으며, 치사율이 높아 유의해야 한다. 섬망 환자의 40~50%는 발생 후 1년 이내에 사망한다는 통계 결과가 있다. 이 때문에 섬망 증상이 나타나면 응급상황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섬망은 원인 질환이 교정될 경우 수일 이내에 호전되기도 하지만, 원인이 명확하지 않거나 원인 질환을 교정하기 어려울 때는 장기적인 경과를 보이기도 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섬망이 나타난 원인을 정확하게 찾아 그 원인을 제거해 섬망을 빨리 치료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치료 과정에서 환자의 정신적 안정을 위해 환경적 요인을 조절하고 개선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은은한 조명을 설치하여 환자의 불안을 감소시키고, 환자가 창문이 있는 방에서 지내게 해 밤과 낮을 구별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또 환자가 평소 사용하던 물건을 병실에 두고, 환자가 친숙해 하는 가족들이 간호하는 것도 증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간혹 환자가 심하게 초조해하고 흥분할 때는 항 정신병 약물을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섬망 환자의 경우 약물 부작용에 매우 민감하므로 수면제나 진정제 등 불필요한 약물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더불어 수액을 맞으며 체내 전해질의 균형을 맞추고, 적절한 영양과 비타민을 공급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이승훈 원장(의료법인 명지의료재단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