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뼈는 목부터 허리까지 길게 이어져 있다. 척추뼈 속에는 척추관이라는 구멍이 있어, 그 안으로 수많은 신경이 지나간다. 이러한 척추관이 좁아지면 어떻게 될까. 관 안의 신경이 눌려 혈액 순환이 잘되지 않고, 운동 신경과 감각 신경에 이상이 나타날 것이다. 이를 '척추관협착증'이라 한다.
목뼈의 척추관이 좁아지면 '경추 척추관협착증', 허리뼈의 척추관이 좁아지면 '요추 척추관협착증'이다. 일반적으로 척추관 협착증이라 하면 요추 척추관협착증을 말한다. 요추 부위의 척추관이 좁아지는 경우가 많아서다.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척추관협착증으로 진료받은 사람은 179만 9,328명이다. 2017년 164만 7,147명에서 9.2% 증가한 수치로, 연평균 증가율은 2.2%다. 지난해 전체 진료 인원 중 가장 많은 연령대는 70대로 전체의 31.4%를 차지했다. 이어 60대가 30.8%, 80세 이상이 17.5% 순이다.고령층 환자가 많은 이유는 척추관협착증이 나이가 들면서 퇴행성 변화로 인해 생기는 병이기 때문이다. 노화로 인해 우리 몸 여기저기에는 퇴행성 변화가 나타나는데, 척추도 마찬가지다. 특히 다른 동물과 달리 사람은 직립 보행을 하기에 척추에 많은 부하가 가해지고 퇴행성 변화가 유발된다. 물론, 선천적으로 척추관이 좁은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퇴행성으로 인해 척추관협착증을 앓는다. 나이가 들면서 척추관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조직인 인대, 뼈, 관절이 점차 비대해져 구멍이 점점 좁아지는 것이다.2021년 진료 인원을 성별로 보면, 남성은 68만여 명, 여성은 111만여 명이다. 여성 척추관협착증 환자가 많은 이유에 대해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형외과 신재원 교수는 폐경 이후 급격하게 호르몬 변화가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뼈를 만들어 골밀도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근육이 강화되게끔 도움을 준다. 그러나 폐경 이후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면 뼈의 소실과 근육량 감소가 초래되고, 척추 관절을 지탱하는 힘이 떨어져 척추관협착증 같은 척추 질환의 발생이 가속화된다"는 것.
척추관협착증이 어디에 생겼는지에 따라 증상은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 경추 척추관협착증이라면, 목과 어깨에 통증이 나타난다. 감각 신경이 압박받아 손과 팔의 감각이 떨어질 수 있다. 근력도 약화돼 글씨를 쓰거나 물건을 드는 일이 어려워질 수 있다.요추 척추관협착증이 생기면, 가만히 있어도 허리가 아프고 허리를 뒤로 젖히면 통증이 더욱 심해진다.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너무 아파서, 걷다가 꼭 쉬어 가야 한다. 엉덩이와 무릎 등 하지의 감각이 떨어지거나 힘이 달려 걸을 수 있는 거리가 점점 짧아진다.위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 척추관협착증이 의심될 때는 정형외과나 재활의학과에 방문해 MRI, CT, X-레이 같은 영상 검사를 받아야 한다. 촬영 결과 구조적으로 척추 내 신경 통로가 좁아진 경우 척추관협착증으로 진단한다. 그러나 별일 아니라고 생각해 진단이 늦어지면, 척추 신경이 점점 손상돼 나중에 치료하더라도 신경이 회복되기 힘들다. 결국에는 다리가 마비되어 걷기 힘들어지거나 대소변 장애, 성 기능 장애를 겪을 수 있다.병원에서는 환자에게 스테로이드 주사치료, 물리치료 등의 비수술적 치료를 우선 시행한다. 약물치료도 시행하는데, 통증을 줄이기 위해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근이완제, 마약성 및 비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한다. 약 3개월간 비수술적 치료를 해도 크게 호전되지 않거나 걷기나 대소변 조절 같은 일상생활이 힘든 환자에게는 수술적 치료를 권한다.척추관협착증 수술의 목표는 좁아진 척추관을 넓힘으로써 척추관 안에서 오래 압박받던 신경을 풀어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두꺼워진 척추관 주변 조직들을 충분히 절제하는 '신경감압술'을 시행한다. 신경감압술만 받아도 증상이 호전되는 환자가 많다. 하지만 넓은 범위의 신경이 심하게 압박된 환자는 신경감압술을 할 때, 뼈나 관절을 넓은 범위에 걸쳐 제거한다. 이 때문에 척추가 불안정해지는데, 불안정해진 척추를 그냥 놔두면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안정된 척추를 만들기 위해 신경감압술 후에 '척추유합술'을 추가로 진행할 수 있다. 척추에 나사를 박아 척추뼈를 정상적인 위치로 고정해 척추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다.나이든 사람이라면 누구든 척추관이 조금씩 좁아져 있다. 이는 나이가 들면서 누구나 맞이하는 숙명과도 같은 변화다. 그러나 잘못된 자세를 오래 유지하면 척추에 퇴행성 변화가 더 빨리 일어난다. 따라서 평소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다. 양반다리나 다리를 꼬고 앉거나 쪼그려 일하는 자세는 가능한 한 피해야 한다. 무거운 물건을 들 때는 몸에 가까이 붙여서 무릎을 구부리고 들어 올린다. 스트레칭을 규칙적으로 꾸준히 하면 척추의 배열을 바로잡고 근육 긴장으로 인한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적절한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과체중이면 척추가 받는 하중이 증가돼 척추관이 더 빠르게 좁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