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허리 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 같은 척추질환은 노화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전적 요인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척추질환이 유전된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캐나다 앨버타 대학교(University of Alberta)의 연구팀은 평생 허리를 사용한 강도가 다른 115쌍의 남자 일란성 쌍둥이를 관찰했다. 그 결과 하부 요추 디스크의 퇴행에 영향을 미친 요인 중 허리를 많이 쓰는 정도와 연령은 11% 정도인 반면 유전적 요인의 기여도는 무려 43%에 달했다. 일본의 한 연구팀은 허리디스크 질환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발견하기도 했다. 이처럼 다양한 연구에서 척추질환에 유전적 요인이 있음을 발표했다.
척추질환 앓고 있는 가족 있으면 의심해 봐야허리디스크 질환과 같은 허리병은 다른 유전병과는 다르다. 유전적 요인은 작용하지만, 대물림 하는 유전병과 같이 직접적으로 질병을 발생시키지는 않는다. 디스크가 상하기 쉬운 체질이나 척추신경관의 넓이, 척추를 뒤에서 지지해주는 후관절의 모양 등이 유전적 영향을 많이 받을 뿐이다. 척추뼈나 근육, 인대, 디스크 등이 약한 체질을 타고났다면 척추병에 걸릴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높을 수 있다. 선천적으로 마른 체형을 가졌다면 상대적으로 근육량이 적을 수 있어 척추가 하중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비만 체형도 마찬가지다. 비만 체형은 적은 근육량에 비해 체중이 많이 나가기 때문에 척추에 지속적으로 큰 압력이 가해져 퇴행성 변화를 앞당긴다.하이닥 정형외과 상담의사 조준 원장(강북연세병원)은 "허리디스크는 워낙 흔히 발병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유전 여부를 따지지는 않지만, 대신 '가족력'이라는 표현을 쓴다"라고 밝혔다. 덧붙여 "허리디스크는 척추뼈 사이에 위치한 디스크(추간판)가 돌출되어 허리 통증과 기타 신경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가족 중 세 명 이상이 허리 디스크로 치료받았다면 가족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유전적으로 타고 날 수 있는 척추질환은?대표적인 생활 습관병으로 꼽히는 척추질환은 잘못된 생활 습관과 자세 등에 영향을 받는다. 그렇다면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척추질환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허리디스크, 척추관협착증으로 대표되는 척추질환 중에는 가족력 등의 유전적인 영향을 받는 질환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척추측만증과 척추분리증이다. 특히 척추분리증은 동양인의 경우 전체 척추질환 환자의 약 4~5% 정도의 유병률을 보이며, 에스키모인에게는 약 40% 유병률을 보인다. 동일 가계 내에서 발생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볼 때 유전적 요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추정된다.
▲척추측만증척추측만증은 앞에서 봤을 때 일자형의 척추가 S자형으로 휘어진 질환이다. 대부분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척추측만증이 대부분이며, 성장기에서 많이 발생한다. 성장기 때 잘못된 자세에서 영향을 많이 받지만, 유전적 요인도 작용한다. 척추측만증 가족력이 있는 집에서는 20~50배 많이 척추측만증이 발생하며, 다른 환경에서 자란 쌍둥이에게서 같은 정도의 측만증이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척추분리증척추분리증 역시 유전적 원인에 의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각각의 척추뼈 후방부는 위, 아래에 2개씩의 환형 구조물인 '후관절 돌기'가 있다. 이 후관절 돌기가 서로 결합된 구조를 이루면서 척추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데, 어떤 이유에서인가 이 관절 돌기 사이에 연결이 없어지면 '척추분리증'이 발생한다. 척추분리증이 있는 경우 척추 자체에 안정성이 소실되어 요통을 겪거나 하지 방사통이 생길 수 있다.
자녀는 곧 부모의 거울, 부모부터 바른 생활 습관 실천해야척추질환 발생에 유전적 요인이 기여하지만, 평소 생활 자세나 습관도 주요한 발병 원인이 된다. 따라서 선천적인 유전성만큼이나 후천적으로도 부모나 가족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늘 구부정한 자세를 하는 부모와 생활하는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구부정한 자세를 취한다. 늘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부모의 아이들 역시 으레 다리를 꼬고 앉게 된다. 이러한 습관들이 쌓여 나이가 들면서 부모는 요통을 겪게 되고 때로는 심한 척추질환을 앓게 된다. 또 부모와 같은 생활 패턴으로 생활한 자녀들 역시 나이가 들면 같은 증세를 겪는다. 특히, 컴퓨터나 과도한 학습 등으로 운동량이 크게 부족한 요즘 아이들의 경우 어려서부터 요통이나 척추질환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유전적으로 허리병에 취약한 체질은 바꾸기 어렵지만, 생활 습관은 본인의 노력으로 충분히 바꿀 수 있다. 가족 중 허리질환을 앓고 있거나 치료를 받은 사람이 있다면 먼저 생활 습관을 바꾸고 꾸준한 운동을 통해서 질환을 예방해야 한다. 허리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먼저, 바닥에 앉는 것을 피하고 의자 사용을 생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습관적으로 1시간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10분 정도 몸을 움직여 굳어 있는 근육과 인대를 풀어주는 스트레칭 하면 척추 건강에 도움 된다. 틈틈이 야외로 나가 땀이 날 정도로 걷는 것도 방법이다. 잠깐의 산책만으로도 척추질환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조준 원장 (강북연세병원 정형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