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통풍(痛風·gout)’은 체내 요산이 배출되지 못해 관절에 축적되는 병으로, 통상 40대 이상이 걸리는 질병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최근 젊은층에서의 환자수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30대 젊은 통풍 환자수가 지난 5년간 32.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환자수의 증가율(18%)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젊은층도 안심할 수 없는 통풍은 제때 치료하지 못하면 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통풍성 관절염은 요산이 관절 주변 조직에 쌓여 염증을 일으킨 상태로, 관절염이 반복되면 관절이 점차 상하고 침범하는 관절 수도 많아진다. 더 나아가 만성화되면 운동 장애, 관절 변형, 그리고 신장 기능 저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현재의 통풍 치료제는 일시적인 염증과 통증 완화에 그치고 있어 근본적인 치료제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 연구진에 의해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은 통풍성 관절염의 새로운 발병기전 및 치료기전이 제시되었다. 통풍성 관절염 치료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풍성 관절염 일으키는 핵심 단백질, 세계 최초 규명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창의시스템의학연구센터장 김완욱 교수 연구팀이 최근 관절 내 대식세포(Macrophages, 선천 면역을 담당하는 주요 세포)에서 ‘핵수용체 활성보조인자6(NCOA6)’라는 단백질이 통풍성 관절염을 일으키는 강력한 유발인자임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연구팀은 ‘NCOA6’가 평소에는 대식세포의 핵(Nucleus)에서 별 움직임이 없다가 자극을 받으면 세포질(Cytoplasm)로 이동하는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핵에서 세포질로 이동한 NCOA6가 세포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또 면역학적으로 어떤 기능을 하는지 보고된 바가 없었다. 이에 연구팀은 심층적인 연구에 착수했다.연구팀은 다양한 세포생물학적 실험을 통해 세포질로 이동한 NCOA6가 ‘NLRP3 염증조절복합체’와 물리적으로 상호 결합하는 것을 확인했다. 아울러, NCOA6가 감소된 대식세포는 NLRP3 염증조절복합체와 아무리 활성화를 시켜도 인터류킨-1β 분비가 잘되지 않음을 발견했다.NLRP3 염증조절복합체란 통풍성 관절염에서 발병 초기 단계에 가장 중요한 대식세포 내 단백질 복합체를 말한다. 관절 내 축적된 요산에 의해 활성화되어 염증성 매개 물질인 인터류킨-1β 생성을 촉진하고, 그 결과로 통풍성 관절염을 일으키는 작용을 한다.
연구팀은 NCOA6와 통풍성 관절염의 상관관계를 규명하고자, 통풍성 관절염 동물모델을 구축했다. 그 결과, NCOA6 단백질이 결핍된 경우, 통풍성 관절염의 위중도가 현저히 감소함을 확인했다. 더 나아가 임상적으로 통풍성 관절염 환자의 병변 부위에 NCOA6의 발현이 상당히 증가되어 있음을 확인했고, 통풍 치료제인 콜키신(Colchicine)을 대식세포에 처리할 경우 NCOA6가 감소됨을 증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NCOA6가 NLRP3 염증조절복합체와 결합하여 통풍성 관절염을 발생시키는 핵심 인자임을 증명하고, 통풍 치료제인 콜키신이 NCOA6를 표적으로 하고 있다는 새로운 치료기전을 제시했다.김완욱 교수는 “이번 연구가 향후 통풍성 관절염뿐만 아니라 NLRP3 염증조절복합체가 발병에 크게 관여하는 류마티스 관절염, 신장염, 암 등의 여러 질환에 서도 진단과 치료의 핵심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으며, 면역학 권위지인 ‘세포 및 분자 면역학(Cellular & Molecular Immunology)’에 게재되었다.
합병증 막기 위한 필수 요소…'조기 치료와 지속적인 관리'첫 통풍 발작은 대개 일주일 내에 저절로 사라지기 때문에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재발 및 합병증 노출 위험이 높아진다. 의심 증상이 나타날 시 빠르게 병원을 찾아 진단 및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이유다. 대표적인 통풍 의심 증상으로는 △엄지발가락, 무릎 등 관절이 빨갛게 부어오르는 증상 △관절에 심한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 △통증이 밤에 심해지는 경우 △관절 통증과 함께 발열?오한이 동반되는 경우 등이 있다.대사성 만성질환인 만큼 지속적인 관리도 중요하다. 관절 발작의 빈도가 매우 드물거나 합병증이 없는 경우에는 식이요법, 금주 등 비약물 치료법을 우선 시도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관절염이 자주 나타나거나 합병증이 생긴 경우라면 장기적인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증상이 완화되어도 마찬가지다. 약물 치료는 지속되어야 하므로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아울러, △충분한 수분 섭취 △적당한 운동 △저퓨린 식이 △금연 등 건강한 식생활 습관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