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하려면 운동을 해야 한다." 진리처럼 여겨지는 말이다. 그런데 어떨 때는 오히려 운동이 독이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급성 디스크가 발생했을 때다. 재활의학과 김성헌 원장(하남재활의학과의원)은 "급성 허리디스크가 발생했을 때는 운동보다는 쉬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하면서, "운동하면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질환이 악화될 우려도 있다"라고 경고한다. 김성헌 원장의 도움으로 허리 디스크를 올바르게 관리하는 방법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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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허리 통증을 참는 중장년층이 많은데요. 허리 디스크, 방치하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궁금합니다.
허리 디스크가 대부분 자연적으로 낫는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걸 쉽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디스크가 모든 사람에게서 똑같이 나타나는 건 아니거든요. 디스크가 나와 있는 정도나 위치가 다를 수 있고요. 결정적으로 디스크가 아닌 다른 병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허리 통증이 나타났을 시 스스로 진단하고, 방치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디스크가 의심될 때는 일단 병원에 가서 의사의 진찰을 받아보는 게 좋습니다.
또 무슨 병이든 심하지 않은 때는 보통 잘 낫잖아요. 디스크도 마찬가지입니다.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아픈 기간도 짧고요. 주사 치료를 한다 해도 한두 번에 끝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치료하지 않고 버텨 염증과 통증, 구조적인 변형이 심해진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수술을 선택해야 합니다. 수술은 한 번 하면 돌이킬 수 없고요. 치료 시기를 놓치면 허리 통증이 만성화되고 다리 저림이 평생 지속되기도 합니다.허리 디스크가 의심될 시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관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Q. 허리 통증이 나타나면 보호대를 착용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실제로 도움 되는지 궁금합니다.
허리 보호대를 늘 차고 있으면 대부분의 경우에는 허리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게 있어요. 어떤 때는 허리 보호대를 계속 차는 게 낫기도 하다는 점입니다. 만약 디스크가 급성으로 왔을 때는 허리 보호대를 하루 종일 차는 게 낫고요.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잘 때까지 차는 게 도움 되기도 합니다. 또 디스크가 자꾸 재발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런 분들은 안 좋은 자세를 하거나 운동을 하는 등 허리에 충격이 가면 디스크가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허리 보호대를 착용하는 게 좋습니다.
어렵게 느껴지실 수도 있는데요. 쉽게 얘기하자면 무조건 허리 보호대가 나쁘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일단 아프면 차는 게 좋고요. 아프지 않을 때 허리 보호대를 착용하는 시간을 점점 줄인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물구나무 자세를 취하는 '거꾸리' 운동기구가 허리 통증 완화에 좋다고 알려지기도 했는데요.
발목 부분을 고정해서 거꾸로 눕는 자세죠. 사실, 이러한 치료 개념은 굉장히 오래됐습니다. 기원전 400년, 히포크라테스 시절부터 등장하는 개념인데요. 안타깝지만 지금은 추천해 드리기 좀 그렇습니다. 거꾸로 매달려서 허리를 쭉 늘려주면 디스크 간격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사실 그렇게 간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디스크가 손상되면 퇴행성 변형이 생깁니다. 이 변형된 것을 그냥 쭉 늘려준다고 원래대로 돌아올까요? 그러기 쉽지 않겠죠. 나아가 디스크가 급성을 왔을 때는 쭉 잡아당겨 주는 행동 자체가 오히려 디스크를 악화시킬 위험도 있습니다.
또 하나 생각해야 할 문제는 고혈압입니다. 고혈압이 있는 분들이 거꾸로 매달리면 위험할 수 있고요. 드물지만 뇌병변 질환을 유발하는 등 머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아울러 녹내장이 있는 분들은 거꾸로 매달리면 안압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요즘에는 거꾸리 운동을 추천해 드리기가 좀 어렵습니다.
Q. 마지막으로 허리 디스크로 고생하시는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너무 많지만, 꼭 알아두셔야 할 부분을 강조해 드리겠습니다. 디스크라는 질환은 전형적인 양상 말고도 정말 다양한 증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허리를 비롯해서 아픈 곳이 없는데 엄지발가락의 감각만 무딘 경우가 있고요. 무릎 앞쪽이 이유 없이 자꾸만 아픈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발가락 사이에서 쥐가 나서 발이 꼬이거나 얼마 걷지 않았는데 뒤꿈치가 아픈 경우도 있죠. 이러한 의외의 증상들이 디스크에 의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평소와 다른 이상 증상이 나타나고, 이것이 오래 지속된다면 일단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디스크 환자분들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 두 가지가 있습니다. 제가 환자분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기도 한데요. 일단 첫째는 쉬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급성으로 디스크가 왔을 때 운동으로 이겨내려고 하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병원에서 주사도 맞고, 물리 치료, 도수치료, 약물 치료를 받고 운동도 열심히 하곤 하는데요. 디스크가 급성으로 생기면 무조건 쉬어야 합니다. 모든 운동을 중단해야 하죠. 이때 운동을 하면 치료를 해도 낫지 않고요. 정상 생활로의 복귀도 늦어집니다.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말고, 푹 쉬어주셔야 합니다.
두 번째는 조금 슬픈 이야기인데요. 급성 디스크에서 회복이 됐다고 해도 한 번 손상된 디스크는 완벽하게 정상 구조로 돌아오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디스크가 한 번이라도 발생했다면 남은 평생을 관리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그럼, 관리에서 제일 중요한 건 뭘까요? 바로 생활 습관 교정입니다. 디스크는 잘못된 자세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상에서 허리의 정상적인 요추 전만자세, 즉 허리를 꼿꼿하게 펴는 자세를 잘 유지해야 하고요. 운동할 때 허리를 너무 앞으로 굽히거나 뒤로 젖히는 행동을 피해야 합니다. 바닥에 앉거나 눕는 것도 허리 건강에 좋지 않으니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디스크는 이겨내는 병이 아니에요. 이기려고 하면 집니다. 변형된 디스크를 잘 달래가면서 함께 사는 게 중요하고요. 삐끗해 탈 나지 않도록 열심히 관리하면 적어도 남은 삶은 디스크 때문에 고통받는 일은 없을 거예요. 모든 디스크 환자분들이 통증으로부터 해방되길 기원합니다.
기획 = 김지연 건강 전문 아나운서
도움말 = 김성헌 원장 (하남재활의학과의원 재활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