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D가 뼈 건강뿐만 아니라 혈압 관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비만 및 과체중인 노인에게서 이 효과가 두드러졌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이 연구 결과(Blood Pressure Decreases in Overweight Elderly Individuals on Vitamin D: A Randomized Trial, 과체중 노인에서 비타민 D 섭취가 혈압 감소에 미치는 효과: 무작위 시험)는 국제학술지 '내분비학회지(Journal of Endocrine Society)'에 게재됐다.
레바논 베이루트 아메리칸대학교 메디컬센터(American University of Beirut Medical Center) 연구팀은 65세 이상의 비만 또는 과체중 노인 221명을 대상으로 비타민 D 섭취가 혈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혈중 비타민 D 수치가 10~30ng/mL로 부족(<30ng/mL)하거나 결핍(<20ng/mL) 상태에 있었다.
연구는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진행됐다. 한 그룹은 비타민 D의 일일 권장량인 600IU와 구연산칼슘 250mg, 다른 그룹은 고용량인 3,750IU와 동일한 양의 구연산칼슘을 복용했다. 연구 기간은 1년으로, 참가자들의 혈압은 연구 시작 시점, 6개월, 그리고 12개월에 걸쳐 측정됐다.
연구 결과, 두 그룹 모두에서 비타민 D 섭취 후 혈압 감소 효과가 확인됐다. 평균적으로 수축기 혈압은 3.5mmHg, 이완기 혈압은 2.8mmHg 감소했다. 고용량 비타민 D를 복용한 그룹에서 혈압 감소 폭이 약간 더 컸지만, 두 그룹 간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특히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 비만 참가자들은 비타민 D 섭취에 따른 혈압 감소 효과가 더 두드러졌다. 이들은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 모두에서 유의미한 감소를 나타냈다. 또한, 고혈압 기준(수축기 혈압 130mmHg 또는 이완기 혈압 80mmHg 이상)에 해당하는 참가자들은 비타민 D 용량과 관계없이 가장 큰 혈압 감소 효과를 경험했다.
흥미로운 점은 비타민 D 섭취량을 늘려도 혈압 감소 효과가 비례적으로 증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고용량 복용이 추가적인 이점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의 주요 저자인 마야 라메(Maya Rahme) 박사는 비타민 D와 칼슘의 상호작용이 혈압 감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강조했다. 그는 "비타민 D는 레닌-안지오텐신 시스템을 조절하여 혈압을 낮출 수 있으며, 칼슘은 혈관을 이완시켜 혈압 감소에 기여한다"라고 설명했다.
라메 박사는 "이번 연구는 비타민 D 결핍 상태인 고혈압 노인에게 적절한 보충이 유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라며, "하지만 비타민 D는 과다복용 시 독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적정량 섭취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는 비타민 D가 단순히 뼈 건강을 넘어, 노인의 혈압과 심혈관 건강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특히 고혈압 및 비만 노인들의 혈압 관리 전략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특히 고혈압이 있는 비만 노인에게 비타민 D 보충이 유익할 수 있다"라며, "추가 연구를 통해 최적의 섭취량과 장기적인 효과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