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19세 이상 한국인은 하루에 평균 8.9시간을 앉아서 생활한다. 오래 앉아있는 습관은 비만을 유발하고 혈액 순환을 저해하는 등 신체 건강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데, 한국인의 앉아있는 시간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장시간 앉아있는 생활 습관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 질환과 관리법에 대해 살펴봤다.
10시간 이상 앉아있었더니... 심혈관 질환 위험 60% ↑
하루에 10시간 넘게 앉아서 생활하는 사람은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더라도 심부전,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18일 미국 심장학회 저널(JSACC)에 발표된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샤안 쿠르시드 박사팀 자료에 따르면, 하루 10시간 30분 이상 앉아서 생활하는 그룹은 8.2~9.4시간 앉아있는 그룹보다 심부전과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각각 45%, 62% 높았다. 심방세동과 심근경색 위험도 각각 11%와 15% 증가했다. 이는 영국인 8만 9천여 명의 신체 활동과 심혈관 질환 간의 관계를 8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다.
쿠르시드 박사는 "이 결과는 하루 앉아 있는 시간 10.6시간은 심부전 및 심혈관 질환 사망률 증가와 관련이 있는 잠재적인 임계치"라며 "활동적인 사람도 너무 많이 앉아있거나 누워 있으면 심장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라고 전했다.
앉은 자세를 장시간 유지하면 혈액 순환에 문제가 생기고 이로 인해 심장에 부담이 가해질 수 있는데, 전문가들은 심혈관 질환 예방을 위해 운동을 꾸준히 해줄 것을 권한다. 활동량을 늘리면 심박수가 증가하고 혈액 순환이 촉진되면서 심장의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하이닥 운동상담 홍주희 운동전문가는 "유산소 운동은 심혈관 기능을 향상시키고 체지방을 감소시키는데 효과적이다.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걷기와 조깅을 번갈아가며 꾸준히 해주면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오래 앉아있으면 '지방간' 위험도 높아진다
10시간 이상 앉아있으면 지방간 유병률도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2015년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 유승호 등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건강 검진을 받은 13명을 대상으로 신체 활동량과 비알코올성 지방간과의 관련성을 조사한 결과,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10시간 이상이면 앉아있는 시간이 5시간 미만인 그룹보다 지방간이 9%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평소에 적극적으로 신체 활동을 하더라도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하루에 10시간 이상이면, 5시간 미만으로 앉아있는 그룹보다 지방간 유병률이 36%나 높았다. 연구진은 "만성질환의 예방을 위해서는 신체 활동량을 늘리는 것과 함께 앉아 보내는 시간도 줄이는 게 중요하다"라며 "근무 중간에 가벼운 걷기를 하는 활동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장시간 앉아있는 것이 습관화되면 신체 활동량이 부족해지고 대사 기능이 저하되면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오기 쉽다. 칼로리 소비가 감소해 에너지가 지방으로 전환되고 간에 축적되기 때문이다. 하이닥 가정의학과상담의사 최원철 원장(이오의원)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인 경우 규칙적인 운동, 체중 감량, 식이조절 등 생활습관 교정을 철저히 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장시간 좌식, 혈중 요산 수치↑...'통풍'위험증가
오래 앉아있으면 통풍의 원인이 되는 혈중 요산 수치가 오른다.2021년 고려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 남가은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성인남녀 1만 6천535명의 좌식 시간과 고요산혈증 발병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하루에 5시간 미만 앉아있는 성인의 고요산혈증 유병률은 12%였으며 5시간 이상 앉아 있으면 14.6%로 증가했다.
또한, 연구진이 외부 요인을 보정해서 분석한 결과 하루 5시간 이상 앉아있는 성인은 5시간 미만 앉아있는 성인보다 고요산혈증이 발생할 위험이 17%로 커졌다.
고요산혈증은 혈중 요산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상태를 말하는데, 통풍을 유발하는 요인 중 하나다.남 교수는 "일상생활에서 앉아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 만으로도 고요산혈증의 위험을 낮출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심혈관질환과 대사증후군 등의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랜 시간 앉아있는 생활 방식은 요산 축적을 촉진하고 요산 배출을 방해해 통풍을 악화시킬 수 있다. 통풍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저퓨린 식단 섭취가 중요하며, 서서히 활동량을 늘리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이닥 내과 상담의사 이정찬 원장(서울조인트내과의원)은 "과격한 운동을 하면 통풍이 재발할 수 있으므로, 환자의 몸 상태에 맞춰서 가벼운 산책 등을 할 것을 추천한다"라고 전했다.
도움말 = 하이닥 운동상담 홍주희(운동전문가), 하이닥 상담의사 최원철 원장(이오의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하이닥 상담의사 이정찬 원장(서울조인트내과의원 내과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