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류마티스 내과 전문의 변세진 원장
통풍, 약물 치료로 충분히 관리 가능
요산 조절·생활 습관 개선으로 재발 방지해야
통풍은 '바람만 스쳐도 아픈 병'이라는 뜻이 담겨있을 만큼 극심한 통증을 겪게 되는 질환이다. 특별한 이상 신호 없이 갑작스럽게 날카로운 통증이 발생하여 수일에서 수주 간 지속된다. 술, 육류 섭취와 밀접한 연관이 있어 과거에는 부유층에서만 발생하는 '왕의 병'이라는 인식도 있었지만, 단순 식습관뿐 아니라 유전적 요인, 비만 등도 주요한 발병 원인으로 꼽힌다.
통풍은 한 번 발생하면 쉽게 재발하는 특징이 있어 예방과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기에는 통증이 드문드문 나타나지만,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하면 점차 빈도가 증가하고 만성으로 진행될 위험이 크다. 류마티스 내과 전문의 변세진 원장(류마변세진내과)은 "만성 통풍이 지속될 경우 작은 요산 결정이 모여 커다란 결절(Tophus)을 이룰 수 있다"며 "이는 관절 운동성을 저하시켜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고 통풍 치료와 재발 방지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환자의 삶을 바꿀 수 있는 통풍 치료와 재발 방지 방법을 변세진 원장과 함께 살펴보았다.
Q. 통풍이란 어떤 질환인지, 발생 원인을 자세히 소개해 주세요.
통풍은 요산(Uric Acid)이라는 물질이 몸속에 과도하게 쌓이면서 발생하는 대사질환입니다. 요산은 퓨린(Purine)의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며, 신장에서 배출되거나 소변을 통해 제거됩니다. 그러나 요산 생성이 증가하거나 배출이 감소하면 혈액에 떠도는 요산이 많아집니다. 이렇게 혈중 요산 농도가 높아지면 요산이 결정 형태를 이루면서 관절에 침착하게 됩니다. 특히, 체온이 낮고 관절에 혈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 요산 결정이 형성되기 쉬우며, 이로 인해 염증 반응이 생깁니다.
이 외에도 통풍 발생 위험을 높이는 다른 요인들이 계속 발견되고 있습니다. 2021년 영국 의학 전문지 '네이처 류머티즘 연구(Nature Reviews Rheumatology)'에 게재된 연구 내용에 따르면, 특정 유전자(SLC2A9, ABCG2 등) 변이가 요산 대사에 영향을 미쳐 통풍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보고되었습니다. 2020년에는 국제 학술지인 '임상류마티스학회지(Journal of Clinical Rheumatology)'에 고요산혈증이 심혈관 질환 및 신장 질환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런 연구를 바탕으로 통풍의 전신적 영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요산 대사 과정에서 신장의 역할이 중요한데, 신장 기능이 저하되면 요산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혈중 요산 농도가 증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신장 질환 환자들은 통풍 발병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식습관과 생활 습관도 통풍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합니다. 특히, 고단백 식단과 과음을 지속할 경우 요산 생성이 증가하게 됩니다.
Q. 통증이 '왔다 갔다'하는 통풍, 진행 단계에 어떤 특징이 있나요?
통풍은 급성 발작기(Acute Gout Attack)와 간헐기(Intercritical Period)를 반복하는 특징을 보입니다. 먼저 급성 발작기가 무엇인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혈중 요산 농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면 요산 결정이 관절안에 쌓이게 됩니다. 이를 제거하려는 면역 반응이 강한 염증을 유발하면서 △심한 통증 △부기 △발적과 같은 증상이 나타납니다. 보통 엄지발가락 관절에서 증상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 상태를 급성 발작기라고 합니다. 급성 발작은 수일에서 수주 간 지속될 수 있고,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만성화될 위험이 있습니다.
급성 발작의 통증 강도는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며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영향이 클 수 있습니다. 통풍 발작이 발생한 후 치료하지 않을 경우 다른 관절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으며 만성 염증으로 인해 관절 변형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간헐기는 급성 발작이 가라앉은 후 통증이 없는 기간입니다. 통풍이 해결된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이 시기에도 관절안에 요산 결정이 지속적으로 쌓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하지 않으면 통풍 재발 위험이 커집니다. 2022년 국제 학술지 '관절염 및 류마티스학(Arthritis & Rheumatology)'에 게재된 자료를 비롯한 일부 연구에서는 간헐기 동안에도 미세한 염증 반응이 지속될 수 있다고 보고된 바 있습니다.
Q. 통풍은 치료해도 쉽게 재발하는데요. 이유가 무엇인가요?
통풍은 단순히 한 번의 발작으로 끝나지 않고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요인 때문입니다.
1) 요산 결정이 관절 내에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경우
2) 대사 질환(고요산혈증, 비만, 당뇨병 등)과의 연관성
3) 식습관과 생활 습관의 지속적인 영향
4) 약물 치료 중단 또는 부적절한 관리
통풍 발작이 잦아지면 만성 통풍(Chronic Gout)으로 진행될 위험이 있으며, 이는 관절 손상과 기능 저하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2023년 국제 학술지 '류마티스 질병 연보(Annals of the Rheumatic Diseases)'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통풍 환자 60% 이상이 첫 발작 이후 1년 이내에 재발을 경험합니다. 따라서 통풍은 지속적인 관리가 필수적입니다. 만성 통풍이 지속될 경우 요산 결정이 조직에 쌓여 결절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관절 운동성을 떨어뜨려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Q. 통풍 환자에게 시행하는 약물치료에 관해서도 소개해 주세요.
통풍 치료의 핵심은 혈중 요산 농도를 적절히 유지하는 것입니다. 사용하는 약물은 환자가 통풍의 어느 단계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급성 통풍 발작 시에는 △콜히친(Colchicine)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s) △스테로이드 등의 항염증 약물이 처방됩니다.
요산 조절 치료가 필요할 때는 두 가지 약물을 대표적으로 사용합니다. 첫째는 퓨린 대사 과정에서 요산이 덜 생성되도록 만드는 요산 생성 억제제입니다. 알로푸리놀, 페북소스타트 같은 약이 이에 해당합니다. 둘째로, 신장에서 요산이 더 많이 배출되도록 하는 '요산 배설 촉진제'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프로베네시드, 레스부리케이스 같은 약이 이에 해당합니다. 2021년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연구에 따르면 페북소스타트는 알로푸리놀보다 부작용이 적고 요산 수치 조절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개별 환자의 신장 기능 등을 고려하여 의료진과 상담 후 적절한 약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재발이 쉬운 통풍, 다시 겪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퓨린 함량이 높은 음식은 섭취를 줄이고, 저퓨린 식품을 섭취하는 방향으로 식단을 조절하면 좋습니다. 퓨린 섭취량을 통제하면 체내 요산 수치 조절에 부분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알코올은 요산 대사를 방해하므로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하지만, 요산 저하제 없이 식단 관리만 하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닙니다.
생활 관리 요소 중 통풍 재발 방지에 효과적인 것은 체중 감량과 운동, 스트레스 관리입니다. 적절한 유산소 운동을 통해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충분한 수분 섭취를 통해 요산 배출을 촉진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요산 치료 초반에 과격한 운동은 오히려 통풍 발작을 조장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통풍은 단순한 관절염이 아닌 대사 질환의 일종이며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환입니다. 급성 발작이 발생하면 신속한 치료를 받아야 하며 장기적인 요산 조절과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재발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통풍을 예방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으시고 꾸준히 관리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Q. 통풍 환자분들께 꼭 전하고 싶은 한 가지가 있으시다면요?
통풍은 강렬한 통증으로 인상에 깊이 남는 질환이지만, 역설적으로 관리가 매우 쉽습니다. 진료실에 찾아오시는 환자분들께 "류마티스 질환 중에 통풍이 제일 쉽습니다. 100% 낫게 해드릴 수 있습니다"라고 확언 드릴 정도입니다.
질병 활성도가 높은 경우에는 생물학적 제제 같은 강력한 약제가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통풍 케이스는 약만 잘 드시면 엄격한 식단 조절 없이도 충분히 관리할 수 있습니다. 통풍 발작이 재발하면 "통풍은 원래 가끔씩 통증이 올 수밖에 없다던데"라고 체념하며 받아들이지 마시고 제대로 된 요산 저하 치료를 받으시기를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