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는 5월은 산책부터 등산, 마라톤까지 다양한 야외활동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시기다. 하지만 활동량이 늘어날수록 예상치 못한 긁힘이나 찰과상 등 피부 손상을 입는 상황도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겉보기에 가벼운 상처라 해도 방치하거나 초기 대응이 늦어지면 회복이 더뎌지고, 자칫 흉터로 남을 위험이 있다.
그렇다면 상처가 생겼을 때 피부 재생을 촉진하고 흉터를 최소화하려면 어떤 대처가 필요할까? 또한 감염을 막고 손상 부위의 치유를 도울 수 있는 '드레싱'에는 어떤 종류가 있으며 선택 기준은 무엇일까? 피부과 박상현 교수(가천대 길병원)의 조언을 바탕으로, 상처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다.
상처 깊이에 따라 응급 처치 방법도 달라진다
피부에 상처가 났다면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상처의 상태를 정확히 평가하는 것이다. 박상현 교수는 "상처의 깊이, 출혈 정도, 이물질의 존재 여부 등을 포함해 상처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상처는 깊이에 따라 진피층 이상까지 손상된 깊은 상처(열상 등), 그리고 피부 표면만 벗겨진 얕은 상처(표재성 찰과상)로 나뉜다.
① 깊은 상처
깊은 상처는 출혈이 계속되거나 피부가 벌어져 이물질이 보이는 등 비교적 뚜렷한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깨끗한 거즈나 천으로 출혈 부위를 압박해 지혈하고, 이물질은 함부로 제거하지 않은 채 가능한 한 24시간 이내에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특히 상처가 벌어진 경우에는 자가 처치보다는 의료진의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박 교수는 "새벽 시간대에 상처가 발생해 병원 방문이 어려운 경우라도, 24시간 이내에 봉합이 이루어진다면 예후에 큰 차이는 없다"라며 "깨끗하게 지혈이 된 상태라면 다음날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는 것도 괜찮다"라고 설명했다.
② 얕은 상처
얕은 상처는 피부의 가장 바깥 층인 표피만 벗겨진 상태로, 진물이 조금 나오는 정도다. 이물질이 깊게 박혀 있을 가능성도 낮기 때문에 집에서 간단한 응급 처치만으로 회복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상처 주변을 요오드 팅크액이나 알코올 등 소독제로 가볍게 닦은 뒤, 생리식염수나 깨끗한 수돗물로 상처 부위를 충분히 세척하는 것이 우선이다"라면서 "다만 소독제를 상처에 직접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소독제가 상처 회복에 필요한 정상 세포까지 손상시켜 오히려 회복을 지연시키기 때문이다.
상처 부위를 세척한 후에는 상처의 오염 정도와 감염 위험을 고려해, 필요시 항생제 연고를 얇게 바를 수 있다. 특히 거즈나 밴드 등을 사용해 상처를 덮을 경우, 외부 감염에 대한 노출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초기 감염 예방 차원에서 항생제 연고를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박 교수는 "드레싱은 하루 1회 정도 교체하는 것이 기본으로, 만약 상처 부위가 오염되었을 경우에는 즉시 새로 교체하는 것이 필요하다"라면서 "최근에는 하이드로콜로이드나 폼 드레싱 제품이 시중에 다양하게 나와 있기 때문에, 삼출량(진물 양)에 따라 적절한 재료를 선택해 간편하게 드레싱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드레싱 선택이 회복 좌우...건식 vs 습윤 드레싱
그렇다면 상처 회복에 도움이 되는 드레싱은 구체적으로 어떤 종류가 있으며, 선택 기준은 무엇일까. 우선 드레싱은 크게 건식 드레싱과 습윤 드레싱으로 구분된다.
① 건식 드레싱
건식 드레싱(Dry Dressing)은 과거에 주로 사용되던 방식으로, 멸균 거즈나 밴드로 상처를 덮어 보호하는 방법이다. 공기 중에 상처를 노출시켜 딱지를 형성하게 하고, 이 딱지를 통해 자연 회복을 유도하는 것이 기본 원리다. 감염이 이미 발생했거나 이물질이 많아 상처를 밀폐하기 어려운 경우에 적용되며, 비교적 단순한 처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상처가 마르면서 딱지가 생기면 상피세포의 이동이 늦어져 회복 속도가 떨어지고, 딱지 제거 시 흉터가 남을 가능성도 높다는 단점이 있다.
② 습윤 드레싱
반면, 습윤 드레싱(Moist Dressing)은 상처 부위를 밀폐해 습윤 환경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삼출물(진물)을 흡수하면서도 일정한 수분을 유지해 콜라겐 합성과 재상피화(손상된 피부 표면을 다시 덮는 과정)를 촉진하고, 외부 이물질의 침입도 차단해 감염 위험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이러한 원리로 인해 딱지 형성을 억제하고 회복을 빠르게 하며, 흉터도 최소화할 수 있어 최근에는 대부분의 급성 상처, 찰과상, 수술 상처, 화상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특히 삼출물 속 유익한 성분들이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이 습윤 드레싱의 핵심이다. 박상현 교수는 "맑은 장액성 삼출물에는 항체, 보체 단백질, 염증세포들이 포함돼 있어 병원균을 제거하고 감염을 억제하는 데 기여한다"라며 "여기에 여러 케모카인, 사이토카인, 성장인자가 들어 있어 세포들이 상처 부위로 이주해 회복을 촉진한다"라고 설명했다. 케모카인과 사이토카인은 모두 면역 반응과 조직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 신호물질이다.
하이드로콜로이드형과 폼형 드레싱, 어떻게 다를까
습윤 드레싱은 크게 하이드로콜로이드형과 폼형으로 나뉜다. 하이드로콜로이드형은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식으로 주로 얕고 건조한 상처, 예를 들어 삼출물이 적은 찰과상이나 열상, 1~2도 화상 등에 적합하다. 삼출물을 흡수해 겔 형태로 바뀌는 특성이 있는데, 만약 삼출물이 많은 상처에 사용하면 겔이 과도하게 생성되면서 드레싱이 들뜨거나 짓무름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폼형은 두껍고 부드러운 폴리우레탄 소재로 만들어진다. 삼출물을 빠르게 흡수하고 증발시키기 때문에 욕창, 수술창, 화상 등 삼출물이 많은 상처에 적합하다. 단, 삼출물이 거의 없는 상처에 사용하면 오히려 건조해질 수 있으므로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
상처 회복은 이렇게 진행된다… 4단계 치유 메커니즘
상처가 어떤 생리적 과정을 거쳐 치유되는지 이해하면, 드레싱이 각 단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더욱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 박상현 교수에 따르면 피부의 상처 회복은 크게 △지혈기 △염증기 △증식기 △재형성기의 네 단계로 구분된다.
① 지혈기(손상 직후 수분 이내)
상처가 생기면 혈관 수축과 함께 혈소판이 모여 혈병(피딱지)을 형성하고, 응고인자에 의해 피브린망(혈액의 그물망)이 만들어지면서 출혈이 멎고 지혈이 이뤄진다. 이 시기 드레싱은 외부 자극과 이물질 침투를 차단하고, 응고 과정이 안정적으로 진행되도록 돕는다. 멸균 거즈나 초기용 습윤 드레싱이 주로 사용된다.
② 염증기(2-3일)
상처가 생기면 호중구와 단핵구 같은 염증세포들이 빠르게 모여들어, 병원균을 제거하고 손상된 조직을 정리하며 이후 회복 단계인 증식기를 준비한다. 이때는 삼출물이 많이 발생하는데, 습윤 드레싱은 이를 적절히 흡수하면서도 삼출물 속에 포함된 면역 성분들이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③ 증식기(약 2주)
피부 재생에 관여하는 섬유아세포, 내피세포, 각질형성 세포들이 활발히 증식하면서 콜라겐 등 세포외기질을 합성하고, 신생혈관도 형성되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는 상처 부위에 새살이 차오르고, 상피세포가 표면을 덮는 '상피화' 과정도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삼출물은 점차 줄어들고, 표면을 덮는 상피화가 중요한 시기이므로 흡수력이 낮은 하이드로콜로이드형 습윤 드레싱이 적합하다.
④ 재형성기(수개월~1년 이상)
조직 생성 활동이 서서히 멈추고, 혈관과 세포 배열이 재정비되면서 상처 부위의 구조가 안정화된다. 이 시기에는 비교적 유연하고 약한 '콜라겐 III형'이, 더 질기고 단단한 '콜라겐 I형'으로 교체되며 피부 강도가 점차 회복된다. 흉터의 최종적인 형태와 탄성을 결정짓는 단계로, 기능성 드레싱이나 흉터 방지 패치를 활용하면 외부 자극으로부터 상처를 보호하고 피부 재형성을 보조하는 데 도움이 된다.
흉터 줄이려면… "딱지 억지로 뜯지 말고, 자외선 차단해야"
전문가들은 일상에서 흔히 생기는 작은 상처라도 처음부터 딱지가 생기지 않도록 습윤 드레싱으로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회복과 흉터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이미 딱지가 생겼더라도 무리하게 뜯는 것은 금물이다. 딱지를 억지로 제거하면 재생 중인 세포와 조직까지 함께 떨어져 나가 상처가 더 깊어지거나 흉터가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상현 교수는 "딱지가 과도하거나 죽은 조직(가피)처럼 기능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상처 회복을 방해할 수 있어 제거가 필요하기도 하다"라면서 "이럴 경우 물에 불려 부드럽게 제거하고, 이후에도 습윤 드레싱을 유지해 저절로 탈락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전했다.
상처가 어느 정도 아문 뒤에도 관리가 필요하다. 박 교수는 "자외선으로 인해 '염증 후 과색소 침착'이 남을 수 있으므로, 수개월간은 자외선 차단제를 도포하거나 노출 부위를 가려 보호하는 것이 좋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회복 초기에 상처 부위에 과도한 긴장이 반복되면 흉터가 넓어지거나 비후성(살이 올라오는) 흉터가 생길 수 있으므로, 운동이나 스트레칭 등 해당 부위에 무리가 가는 활동은 최소 6개월간은 피하는 것이 좋다.
상처가 재형성기에 접어들면 보다 적극적인 방법이 흉터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실리콘 겔이나 시트, 비타민 A 크림을 도포하면 흉터가 딱딱해지거나 돌출되는 것을 예방하고, 부드럽고 평평한 상태로 치유되는 데 효과적이다. 박 교수는 "필요에 따라 병변 내 스테로이드 주사, 혈관 레이저, 프락셔널 레이저 치료를 초기부터 병행하면 흉터 예방과 개선에 도움이 된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