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면서 어른처럼 코를 골거나, 평소 코막힘이 심해 입으로 숨을 쉬는 아이를 보면 흔히 감기나 알레르기 비염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이 수주 이상 지속되고 중이염 등의 질환이 동반된다면 취학 전 소아에게 흔히 나타나는 아데노이드 비대증이 원인일 수 있다.
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동안 아데노이드 비대증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는 7만 3,407명에 달하며, 그 수는 매년 소폭 증가하는 추세다. 방치할 경우 수면 장애, 중이염, 얼굴 골격 발달 지연 등 다양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진단과 관리가 중요한 질환이다. 소아청소년과 류혜경 원장(샤인소아청소년과의원)의 조언을 토대로 아데노이드 비대증의 원인과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 치료법까지 차례로 짚어본다.
아이들 코 뒤에 숨은 면역기관, 아데노이드
아데노이드는 코와 목 사이의 공간인 비인두(鼻咽頭)에 위치한 림프 조직으로, 공기를 통해 유입되는 세균과 바이러스를 방어하는 면역 기능을 담당한다. 이 조직은 흔히 말하는 편도선과 비슷한 역할을 하며, 2~6세 무렵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등에서 다양한 병원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크기가 일시적으로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아데노이드가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상태가 지속되면 코에서 후두로 이어지는 통로가 막혀 다양한 증상을 유발하는데, 이를 아데노이드 비대증이라 한다.
발생 원인은 다양하다. 류혜경 원장은 "유전적 요인이 큰 편이며, 평소 증상이 없다가도 감기나 바이러스·세균 감염 등으로 증상이 드러나기도 한다"라면서 "알레르기, 만성 비염, 미세먼지나 담배 연기 같은 환경적 자극도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비염·감기와 달라…집중력 저하, 중이염 동반하기도
아데노이드가 커지면 코로 숨쉬기 어려워져 상습적으로 입으로 호흡하게 되며, 이로 인해 구취가 나거나 얼굴·구강 구조의 변형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상악이 돌출되고 얼굴이 길어지는 '아데노이드 얼굴형'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구강 호흡이 턱과 얼굴 근육, 치아 배열, 혀 위치 등에 영향을 미치면서 발생하는데, 저작 기능과 발음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성인처럼 코를 골거나 수면 무호흡 증상이 발생하고, 엎드려 자는 등 비정상적인 자세로 잠을 잘 수 있다. 이로 인해 숙면을 취하지 못해 집중력 저하, 만성 피로, 성장 호르몬 분비 저하로 이어진다.
아데노이드 비대증은 초기 증상이 비염이나 감기와 비슷해 혼동되기 쉽지만, 몇 가지 뚜렷한 차이점이 있다. 류혜경 원장은 "코감기는 보통 1~2주 내 회복되고, 비염은 계절이나 알레르기 유발 요인에 따라 반복되지만, 아데노이드 비대증은 수주에서 수개월 이상 입 호흡, 코골이, 코막힘 등이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감기나 비염은 재채기와 발열이 흔하지만, 아데노이드 비대증은 재채기가 드물고 열도 거의 동반되지 않는 점에서 구분할 수 있다.
특히 아데노이드가 커지면 귀와 코를 연결하는 유스타키오관을 막아 중이염을 유발하기 쉬워지는데, 이로 인해 귀안 압력이 높아지고 통풍과 배액 기능이 떨어져 세균 감염에 취약해진다. 목소리가 변하거나 청력 저하를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경증은 약물·생활요법…수면 무호흡 동반 시 수술 고려
아데노이드 비대증은 증상이 경미하거나 생활에 큰 불편이 없다면 경과를 지켜볼 수 있다. 류혜경 원장은 "경증인 경우에는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 스프레이 같은 약물 치료를 시도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생활 습관 개선만으로도 증상이 조절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생활 관리로는 알레르기 유발 요인 제거 및 치료, 실내 습도 조절이나 공기청정기 활용 등의 공기 질 관리, 바른 수면 자세 유지, 적절한 체중 관리 등이 있다.
류 원장은 "다만 수면 무호흡이 동반되거나, 중이염·부비동염이 반복되는 경우, 또는 중등도 이상의 비대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에는 아데노이드 절제술을 고려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수술은 전신 마취하에 입을 통해 내시경 또는 수술 기구로 아데노이드를 절제한다. 류 원장은 "소요 시간은 30분 이내로, 당일 퇴원 또는 1박 2일 입원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재발 가능성은 드물지만 6세 이하에서 부분 절제를 한 경우, 일부 재성장할 가능성은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