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일상생활의 필수품이 된 지금, 거북목이나 라운드 숄더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흔하다 보니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들도 많지만, 거북목과 라운드 숄더는 단순히 미관상 문제를 넘어 흉곽출구 증후군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흉곽출구 증후군이라는 이름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정형외과 전문의 이상호 원장(서대문정형외과의원)은 "생각보다 흔한 질환"이라고 말한다. 특히 흉곽출구 증후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논란성 신경성 흉곽출구 증후군'은 검사상 명확한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본인도 모른 채 오랫동안 통증을 겪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상호 원장과 함께 낯설지만, 생각보다 흔한 질환인 흉곽출구 증후군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Q. 흉곽출구 증후군, 어떤 질환인가요?
흉곽 출구는 앞쪽의 전사각근, 뒤쪽의 중사각근, 그리고 바닥 쪽의 제1번 늑골로 이루어진 삼각형의 형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목에서부터 이어지는 신경과 혈관은 이 삼각형 구조를 통과해 쇄골 아래를 지나 겨드랑이 근처에서 소흉근 뒤쪽을 통과한 후 팔 쪽으로 이어집니다.
흉곽출구 증후군은 이 삼각형 구조에서 상완신경총 또는 쇄골하동·정맥이 압박되면서 목부터 손까지 통증, 저림, 감각 이상, 근력 약화, 부종, 청색증 등 다양한 증상이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상완신경총은 하나의 신경이 아니라 목에서 나오는 다섯 개의 신경이 그물처럼 얽혀있는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어서 압박 부위에 따라 증상이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한 혈관이 함께 눌리는 경우에는 혈류 장애 증상들이 동반되어 나타나게 됩니다.
흉곽출구 증후군은 압박 부위에 따라 크게 신경성과 혈관성으로 구분하며, 각각 다시 세부 유형으로 나뉩니다. 신경성 흉곽출구 증후군은 '진성 신경성'과 '논란성 신경성'으로 구분됩니다. 진성 신경성은 영상 검사에서 해부학적 이상이 확인되며, 근전도·신경전도 검사에서도 양성 소견이 나타나 비교적 진단이 용이합니다. 반면 논란성 신경성은 해부학적 이상 없이 객관적인 검사 소견도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 임상 증상을 바탕으로 진단해야 합니다. 논란성 신경성 흉곽출구 증후군은 전체 신경성 흉곽출구 증후군의 약 99%를 차지합니다.
혈관성 흉곽출구 증후군은 다시 동맥성과 정맥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동맥성인 경우 혈액공급의 감소로 인한 허혈성 증상이 주로 나타나며, 정맥성의 경우 부종이나 혈전과 같은 울혈성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또한 경우에 따라 신경성과 혈관성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Q. 여러 분류가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중 어떤 것이 가장 흔한가요?
흉곽출구 증후군은 신경성이 전체의 95% 이상을 차지하며, 정맥성은 약 2~3%, 동맥성은 약 1% 정도를 차지합니다. 특히 신경성 흉곽출구 증후군 중에서도 여러 객관적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타나지 않는 '논란성 신경성 흉곽출구 증후군'이 증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환자들이 증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흉곽출구 증후군은 실제로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일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그렇다면 흉곽출구 증후군이 발생하는 원인은 뭘까요?
흉곽출구 증후군은 드물게 선천적 요인으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경부 늑골이 존재하거나, 늑골과 경추 사이에 비정상적으로 팽팽한 섬유띠 등이 존재하여 신경이나 혈관을 압박하는 경우입니다.
외상에 의해서도 흉곽출구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제1번 늑골이나 쇄골 골절 이후 흉곽출구 공간이 좁아지거나 어깨 및 주변 근육의 외상, 견관절 탈구, 어깨 수술 시 과도한 견인력에 의한 손상이 발생한 뒤 회복 과정에서 유착이 생기면서 흉곽출구가 좁아질 수 있습니다. 또한 교통사고 후 MRI 등 영상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 소견이 없는데도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 흉곽출구 증후군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상지의 반복적인 사용으로 미세 손상이 누적되어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머리 위로 팔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운동선수, 악기 연주자, 장시간 팔을 들고 작업하는 미술가, 무거운 배낭을 장시간 메는 직업군 등에서 상대적으로 발병 위험이 높습니다.
Q. 스마트폰 사용이 근골격계 건강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흉곽출구 증후군 발생에도 영향을 줄까요?
근래 들어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진료 현장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원인이 바로 '컴퓨터 및 스마트폰 사용'입니다. 특히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집중해서 사용할 때 흔히 '일자목' 또는 '거북목'이라 부르는 목을 앞으로 쭉 뺀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자세는 목과 주변 근육에 무리를 많이 주게 되어 흉곽출구 증후군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거북목이 있는 경우 대부분 '라운드 숄더' 자세가 동반됩니다. 거북목과 라운드 숄더가 함께 나타나면 고개와 어깨가 앞쪽으로 기울어지면서 흉곽출구가 좁아지고, 동시에 사각근과 소흉근이 점점 짧아지고 단단해집니다.
이러한 잘못된 자세에 의한 흉곽출구 증후군은 단기간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됩니다. 따라서 증상을 느꼈을 때는 이미 오래전부터 병이 시작됐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저희 병원에 내원하는 흉곽출구 증후군 초진 환자들을 살펴보면 평균적으로 3~5년 이상 만성적인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고, 드물게는 20년 넘게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으로 고생해 온 분들도 계십니다.
Q. 예방을 위해서는 올바른 자세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흉곽출구 증후군을 예방하려면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컴퓨터를 사용할 때는 모니터 높이를 눈높이에 맞추고,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는 고개를 숙이지 말고 가능한 한 눈높이에서 보는 습관을 들이세요. 아울러 장시간 같은 자세로 작업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중간중간 잠깐이라도 스트레칭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기획 = 정재은 건강 전문 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