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남녀 10명 중 4명은 최근 3개월 내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를 자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30대가 47.7%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으며, 스트레스를 가장 자주 느끼는 대상은 직장 내 동료 또는 상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관계 스트레스, 가장 큰 원인은 '직장'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앰아이(PMI)가 'GS&패널'을 통해 전국 만 19~6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간관계 스트레스 인식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40.5%가 최근 3개월 내 인간관계로 인해 '자주 스트레스를 느꼈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이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가장 자주 느끼는 대상으로는 '직장 내 동료 또는 상사'(41.5%)가 꼽혔다. 이어, △'가족'(19.2%) △'이웃·지인 등 생활 관계'(16.8%) △'친구'(10.1%) △'연인 또는 배우자'(6.6%) △'온라인 커뮤니티 및 SNS 관계'(5.7%) 순으로 뒤를 이었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는 △'의사소통이 잘되지 않음'(51.6%) △'갈등이 반복되거나 해결되지 않음'(46.4%) △'인간관계 유지에 드는 시간이나 비용 부담'(33.4%) △'신뢰 부족'(31.4%) △'상대의 과도한 기대나 요구'(31.4%) △'소외감 또는 배제당하는 느낌'(27.6%) △'비교·경쟁으로 인한 불편함'(23.1%)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피로를 느끼는 상황으로는 '오해나 왜곡된 평가를 받을 때'(38.4%)가 1위, △'개인 시간·공간이 침해될 때'(29.2%) △'모임·회식 등 사회적 자리에 참석해야 할 때'(16.0%)가 각각 2∙3위로 꼽혔다.
직장 내 스트레스, 방치하면 번아웃∙우울증으로
직장 생활 속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이를 방치할 경우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번아웃 증후군은 한 가지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피로를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이다. 의학적 질병은 아니나 일상생활과 업무 수행에 지장을 주는 심리적·정신적 고갈 상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번아웃을 제11차 국제질병분류(ICD-11)에 직업적 현상으로 포함하고 있다.
문제는 번아웃 상태가 이어지면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이승훈 교수(명지병원)는 "번아웃 상태가 지속되면 무력감과 자존감 저하로 이어지고, 심할 경우 우울증으로 발전해 식사나 수면 등 기본적인 일상 생활도 힘들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직장 스트레스와 우울증 간의 연관성은 연구를 통해서도 밝혀진 바 있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상원∙조성준 교수팀은 7가지 주요 일상 스트레스 요인이 우울 증상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 분석한 결과,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직장 스트레스인 것을 확인했다.
따라서 번아웃 증후군이 의심될 때는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이승훈 교수는 "현재 하고 있는 일이 견딜 수 없을 만큼 부담스럽고, 압도된다고 느껴진다면 잠시 멈추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가까운 친구와 대화를 나누거나 가벼운 영화 감상 등으로 기분 전환을 시도해보는 것이 좋고, 그래도 회복이 어렵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번아웃 예방, 고용주∙직원 모두의 노력 필요해
직장 생활로 인한 번아웃 증후군과 우울증은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WHO는 전 세계적으로 우울증과 불안이 매년 약 120억 일의 근무 손실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 세계인이 일하는 날을 모두 합친 기준에서 엄청난 규모의 손실이다. 이로 인한 생산성 손실 비용은 연간 1조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직장 내 정신건강 문제를 방치할 경우 개인의 고통을 넘어 조직의 효율성 저하와 사회 전체의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즉, 스트레스를 예방하고 관리하는 일은 개인은 물론 조직과 사회를 위해서도 중요한 과제다.
직장 내 스트레스를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고용주와 직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WHO는 직장에서 정신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정신 건강을 위한 관리자 교육 △직장 내 정신 건강에 대한 지식 함양 △정신 건강 상태에 대한 낙인을 줄이기 위한 근로자 교육을 권장하고 있다.
개인 차원에서는 스트레스가 누적되지 않도록 틈틈이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 그 방법이 올바른 방식이어야 한다. 일부는 스트레스를 이유로 술이나 흡연에 의존하기도 하지만, 이는 오히려 교감신경을 과도하게 자극해 스트레스를 악화시킬 수 있으며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건강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가장 권장되는 방법은 적절한 신체 활동이다. 유산소 운동이나 스트레칭은 스트레스로 인해 체내에 쌓인 물질들을 배출하는 데 도움을 주며, 긴장을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명상도 효과적인 해소법이다. 국내외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명상은 불안 증상을 완화하고, 스트레스성 염증 반응을 줄이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며 상승한 혈압을 안정시키는 데도 명상이 도움을 줄 수 있다. 자신만의 취미 활동을 통해 기분 전환을 하는 것도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좋은 방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잘 맞는 해소법을 찾고, 그것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쌓이기 전에 관리하고, 무리하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자신을 돌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그리고 혼자의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스트레스가 지속되거나 심리적으로 힘든 경우에는 주저하지 말고 가족, 친구, 혹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