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당뇨병 발병률이 증가하면서 혈당 관리에 대한 경각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당뇨병은 혈당 조절만으로 끝나는 질환이 아니다. 만성적인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 혈관 안쪽 내피세포가 손상되고, 염증과 혈류 장애가 이어지면서 전신 혈관의 기능이 점차 무너진다. 이는 심근경색 등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혈압, 지질 수치, 체중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며 혈관 건강을 챙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과 전문의 이원표 원장(위앤장이원표내과)으로부터 당뇨병 환자가 꼭 알아야 할 혈관 관리법과 합병증 예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Q. 당뇨병 환자들의 혈관 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당뇨병에서 혈당 관리는 기본입니다. 그러나 당뇨병은 단순한 혈당 문제를 넘어서는 만성 전신 질환으로, 혈관 손상을 유발하는 병입니다.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 우리 몸의 크고 작은 혈관들이 서서히 손상되고, 그 결과 다양한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합병증으로는 심근경색, 협심증, 뇌졸중, 만성 신부전, 당뇨병성 망막병증, 당뇨발, 궤양, 심한 경우 발 절단 등이 있습니다.
특히 심장과 뇌혈관의 손상은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인 결과이므로, 혈당뿐만 아니라 혈관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요인을 함께 관리해야 합니다.
Q. 그렇다면 당뇨 환자가 혈관 건강을 지키기 위해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을까요?
혈당 외에도 중요한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세 가지는 혈압, 고지혈증, 금연과 운동입니다. 이 세 가지는 혈당만큼이나 중요하며, 때로는 혈당보다 더 우선시되어야 할 때도 있으므로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Q. 당뇨 환자는 경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일반인보다 더 위험하다고 들었습니다. 경동맥은 어떤 역할을 하며, 왜 관리해야 하나요?
경동맥은 뇌로 혈액을 공급하는 매우 중요한 혈관입니다. 이 부위가 좁아지거나 막히면 가벼운 어지럼증부터 심한 경우 뇌졸중까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당뇨병 환자는 일반인보다 이러한 위험이 2~4배 더 높습니다. 경동맥 초음파 검사는 비교적 간편하면서도 정확하게 혈관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 경동맥뿐 아니라 전신 주요 혈관 건강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Q. 경동맥 초음파 검사는 어느 정도 주기로 받는 것이 좋을까요?
당뇨병과 같은 고위험군은 1년에 한 번 경동맥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이 권장됩니다. 더 정밀한 검사로는 심혈관이나 뇌혈관 조영술이 있지만, 비용과 방사선 노출, 침습성 등의 이유로 자주 받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경동맥 초음파는 인체에 무해하며 비교적 간단하게 진행할 수 있어, 혈관 손상의 모니터링과 추적 검사에 적절한 방법입니다.
Q. 만약 경동맥 협착이나 혈관 손상이 의심된다면, 약물 치료 외 생활습관에서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하나요?
흡연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관 벽을 손상시키므로 반드시 금연해야 합니다. 체중 관리도 매우 중요합니다. 과체중이나 비만은 혈압, 혈당, 지질 대사를 악화시켜 혈관 손상 위험을 높입니다. 식습관은 저염식·저지방식 위주로 하고, 특히 포화지방산과 트랜스지방 섭취를 줄여야 합니다. 여기에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 수면의 질 개선, 스트레스 관리 등도 함께 병행해야 합니다.
Q. 식이요법에서 오메가3나 견과류 섭취가 혈관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당뇨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을까요?
오메가3 등에 포함된 불포화 지방산이 혈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는 있습니다. 다만 효과는 제한적이며, 과도하게 섭취하면 칼로리 과잉으로 오히려 해로울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당뇨 환자는 과체중 또는 비만이기 때문에, 몸에 좋다고 해서 추가로 먹는 것보다는 칼로리를 제한하고 그 안에서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더 바람직합니다.
Q. 혈관 손상이 이미 진행된 상황이라면, 반드시 피해야 할 습관이 있을까요?
당뇨병과 혈관 질환이 함께 있는 경우 다음 네 가지는 반드시 피하셔야 합니다. 첫째는 흡연입니다. 혈관 손상을 직접 유발하는 가장 강력한 위험 인자입니다. 둘째, 과도한 음주는 혈압과 혈당을 높이고 약물 대사에 영향을 주므로 피해야 합니다. 셋째, 무리한 다이어트나 단식은 저혈당, 근육 손상, 대사 이상을 초래할 수 있어 위험합니다. 마지막으로 의사 지시 없이 혈당강하제, 혈압약, 고지혈증약, 항혈소판제 등을 임의로 중단하는 행위는 급격한 혈관 손상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합니다.
기획 = 이승희 건강 전문 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