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왜 사람마다 다를까
같은 질환이나 수술을 겪어도 누구나 같은 통증을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환자는 금세 통증이 줄어들지만, 어떤 환자는 오랫동안 불편함을 겪습니다. 통증의 강도와 회복 속도, 약물 반응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최근 통증 분야에서는 이런 개인차를 반영한 정밀 의학(Precision Medicine)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정밀 의학은 환자 개개인의 유전자 정보, 생물학적 특성, 생활 습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가장 적합한 진단과 치료를 제공하는 새로운 의료 접근법입니다.
유전자가 통증과 약물 반응을 결정
통증을 느끼고 조절하는 데는 여러 유전자가 큰 역할을 합니다. 예컨대 GCH-1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 통증에 덜 민감한 경향을 보이고, SCN9A 유전자 돌연변이는 통증을 지나치게 느끼거나 거의 느끼지 못하는 특이 질환과 연관됩니다.
이처럼 환자의 유전적 요인을 분석하면, 진통제의 종류와 용량을 더 정밀하게 결정하고 약물 외 치료 방법까지도 개인별로 조율해 최적화된 통증 관리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바이오마커'로 통증 원인 더 정확히 파악 가능
바이오마커는 질병의 원인과 진행 정도를 알려주는 생체 지표입니다. 최근에는 관절염이나 활액낭염 같은 염증성 질환에서 혈액 속 특정 단백질이나 염증 물질(예: IL-6, CRP, ESR 등)을 측정해 염증 정도를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다 정확한 진단과 맞춤 치료가 이루어집니다. 이를 통해 증상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통증의 원인을 구분하고, 환자에게 꼭 필요한 치료 전략을 세울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정밀 의학은 재활 프로그램에도 적용됩니다. 같은 수술을 받았더라도 나이, 근력, 직업, 생활 습관에 따라 재활 속도와 운동 강도가 달라져야 합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원격 모니터링 등 최신 기술이 접목되면서 개인별 회복 경과를 세밀하게 추적하고 조절할 수 있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내 몸에 맞춘 치료'가 곧, 환자를 위한 치료의 기준
정밀 의학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유전자 분석, 바이오마커 검사, 맞춤형 재활은 환자 한 분 한 분의 고유함을 존중하며, 불필요한 고통을 줄이고, 빠른 회복을 돕는 핵심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모두에게 똑같은 치료'가 아니라, '내 몸에 맞춘 치료'가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습니다. 통증으로 힘들어하는 환자에게 정밀 의학은 고통을 덜고 삶의 질을 높여주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