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교차가 심한 환절기만 되면 유독 감기 등 호흡기 감염 질환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급격한 기온 변화로 체온 조절 기능이 불안정해지고 신체의 방어 기능이 약화되면서 면역 균형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컨디션이 안 좋아지면 각종 면역 관련 건강 기능 식품을 찾는 경우가 흔하지만 면역력은 몇 가지 영양성분 보충만으로 단기간에 향상되는 단순한 체계가 아니다. 김현영 약사(온정약국)는 "환절기 면역 관리는 특정 영양성분 하나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수면·체온·영양·스트레스 관리가 함께 가야 한다"며 "생활 습관을 바로잡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김 약사와 함께 환절기 면역 저하의 근본적인 원인과 실질적인 일상 관리법에 대해 알아봤다.
흔히 말하는 '면역력'이란 정확히 무엇인가요?
면역은 외부 병원체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방어 체계입니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대식세포·NK세포 등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선천면역'과 T세포·B세포가 작용해 기억 면역을 형성하는 '후천면역'입니다. 환절기 면역 관리의 핵심은 면역을 무조건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이 두 체계가 균형 있게 작동할 수 있도록 유지하는 데 있습니다.
환절기에 유독 감기에 잘 걸리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교차가 10도 이상 벌어지면 자율신경계 균형이 쉽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체온 조절 기능이 불안정해지고, 코와 기관지 점막의 혈관이 수축하면서 외부 바이러스를 막는 1차 방어막 기능이 약해지게 됩니다. 여기에 건조한 공기까지 더해지면 점막의 섬모 운동이 둔화돼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능력도 함께 떨어질 수 있어, 전반적으로 감염에 취약한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면역력 강화를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챙겨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무엇보다 수면이 중요합니다. 하루 7시간 이상의 숙면은 바이러스나 이상 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면역세포인 NK세포의 활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반대로 수면 부족이 지속되면 염증을 촉진하는 신호 물질인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증가해 면역 균형이 깨질 수 있습니다.
체온과 면역은 어떤 관련이 있나요?
체온이 1도 낮아질 경우 면역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따라서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는 얇은 옷을 여러 겹 겹쳐 입어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복부와 목 주변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장 건강도 면역에 영향을 미친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 중 약 70%가 장에 분포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내 미생물의 균형이 무너지면 면역 반응도 불안정해질 수 있습니다. 규칙적인 식사와 충분한 식이섬유 섭취, 발효식품 활용이 면역 관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스트레스도 면역력에 영향을 미치나요?
만성 스트레스는 코르티솔 분비를 증가시켜 면역세포의 기능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로 인해 무너진 면역 균형을 되찾으려면 긴장 상태의 자율신경을 먼저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소 햇빛을 충분히 쬐고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는 등 일정한 생활 리듬을 유지하면, 긴장된 자율신경이 안정되면서 코르티솔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환절기에는 어떤 영양소가 도움이 되나요?
대표적으로 비타민 D·C, 아연, 프로바이오틱스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비타민 D는 면역 조절에 관여하고, 비타민 C는 항산화 작용과 함께 감염 기간 단축 가능성이 일부 연구에서 보고된 바 있습니다. 아연은 면역세포 분화와 기능 유지에 필요한 성분이며, 프로바이오틱스는 장과 면역 사이의 연결 축, 이른바 '장-면역 축(Gut-immune axis)' 조절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건강기능식품은 어디까지나 '면역 기능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보조 수단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건강 이상 시 단순 감기로 넘기지 말고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경우는 언제인가요?
38도 이상의 고열이 3일 이상 지속되거나, 호흡곤란이 동반되는 경우, 1주 이상 기침이 지속되는 경우라면 단순 환절기 감염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반복적으로 폐렴이 발생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날 때는 기저 질환이나 면역 이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것이 권장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