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이 수면 시간과 무관하게 수면 중 뇌파를 변화시켜 수면의 깊이를 얕게 만들고 뇌의 온전한 휴식을 방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폴란드 슈체친 대학교(University of Szczecin) 및 브로츠와프 의과 대학교(Wroclaw Medical University) 연구진은 1980년부터 2026년까지 발표된 인간 대상 수면 뇌파 연구 32건을 종합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이번 연구는 카페인이 단순히 수면의 양을 줄이는 것을 넘어, 뇌파를 교란해 실질적인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생리학적 기전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연구진의 분석 결과, 카페인을 섭취하면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쌓이는 졸림 신호가 약해지고, 깊은 수면 상태를 보여주는 저주파 뇌파 활동도 줄어드는 경향이 확인됐다. 특히 뇌가 가장 깊은 수면 단계에 진입했을 때 나타나는 서파(델타파) 활동이 크게 줄어들었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깊은 수면 시간이 약 47%까지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얕은 수면이나 뇌의 피질이 활성화되었을 때 주로 나타나는 시그마파와 베타파 등 빠른 주파수의 뇌파 활동은 오히려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뇌파 변화는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수면을 취할 때나 수면 박탈 이후의 회복 수면 시 더욱 뚜렷하게 관찰됐다. 취침 직전이나 저녁 시간대에 마신 커피뿐만 아니라 아침에 섭취한 카페인 역시 체내에 소량 남아 밤 시간의 수면 뇌파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습관적인 카페인 섭취량이나 연령 및 일주기 리듬, 아데노신 수용체와 관련된 유전적 변이 등도 개인별 수면 뇌파 변화의 폭을 결정하는 주요 조절 변수로 작용했다.
특히 연구진은 정량적 뇌파 분석이 카페인에 따른 수면 변화를 더 민감하게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수면 시간이나 수면 단계 변화가 크지 않아도, 뇌파상으로는 깊은 수면을 나타내는 저주파 활동이 줄어드는 양상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는 카페인의 영향이 단순히 '잠을 얼마나 잤는가'가 아니라, 잠든 동안 뇌가 어떤 상태에 있었는지와도 관련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의 교신저자인 제임스 치미엘(James Chmiel) 연구원은 "카페인은 아데노신 수용체 길항 작용을 통해 수면 압력의 축적과 발현을 약화시키고 수면 중 피질 각성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수면의 신경생리학적 구조를 변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면 뇌파는 이러한 효과를 민감하게 보여주는 지표로, 기존 수면 구조의 변화가 크지 않을 때도 생리적 교란을 명확히 드러낸다"며 "앞으로 카페인이 유발하는 뇌파 변화가 실생활 및 기능적 측면에서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더 크고 다양한 표본과 약동학적 특성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The Caffeinated Brain Part 2: The Effect of Caffeine on Sleep-Related Electroencephalography (EEG)-A Systematic and Mechanistic Review: 카페인에 중독된 뇌 2부)는 2026년 4월 국제 학술지 '뉴트리언즈(Nutrients)'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