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년 무렵 엄마의 반응 속도가 이후 아이의 정신질환 진단과 관련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로버트슨 바이오통계센터(Robertson Centre for Biostatistics) 연구팀은 영국 내 대규모 코호트 연구인 에이번 부모·자녀 종단연구(ALSPAC)에 참여한 가정의 자료를 대상으로 이 같은 연관성을 확인했다. 로버트슨 바이오통계센터는 글래스고대학의 의학·보건학부(School of Health & Wellbeing) 산하 임상시험 및 보건 통계 연구 센터다.
연구팀은 생후 12개월 무렵의 아기와 엄마 158쌍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중 55명은 7세까지 ADHD, 행동장애, 자폐 스펙트럼 장애, 불안·우울장애 중 최소 1개 이상의 정신질환 범주에 해당했다. 나머지 103명은 성별을 맞춘 대조군이었다.
연구팀은 부모가 아이에게 얼마나 많이 말하는지보다, 아이의 소리에 얼마나 빠르게 반응하는지가 이후 정신 건강과 관련 있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예컨대 그림책을 함께 보는 상황에서 아이가 소리를 낸 뒤 엄마가 반응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다. 이후 아이들이 7세가 됐을 때 부모 보고 기반 정신건강 평가도구(DAWBA)를 이용해 아이의 정신질환 여부를 확인했다.
분석 결과, 엄마가 아이의 소리에 1초 안에 반응할 확률이 10% 높아질 때마다 아이가 이후 정신질환 진단을 받을 가능성은 17%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와 행동장애(DBD) 범주에서 유의한 연관성이 확인됐다. 반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나 불안·우울장애에서는 통계적으로 뚜렷한 관련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아이의 반응 속도를 추가적으로 살폈다. 아이가 엄마의 말에 8초 안에 반응하는 비율은 전체 정신질환 위험과는 관련이 없었다. 하지만 남자아이에서는 8초 안에 반응할 확률이 10% 증가할 때 정신질환 진단 가능성이 약 18% 증가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하위 집단 규모가 작아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아기의 출생 체중이 높을수록, 엄마의 나이가 많을수록 엄마의 반응 속도가 더 빠른 경향도 확인됐다. 출생 체중이 1kg 증가할 때 엄마가 1초 안에 반응할 확률은 7.2% 증가했고, 엄마 나이가 1세 많아질 때마다 반응 확률은 1.1% 높아졌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정신 질환의 원인을 입증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연구에 포함된 자폐 스펙트럼 장애 사례가 6건에 불과했고, 영상의 음질이 좋지 않아 실제 일상적인 상호작용을 완전히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한계도 있었다. 연구팀은 "연구 자체가 실험실 환경에서 진행돼 실제 가정 환경과 차이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의 제1저자인 베서니 스탠리(Bethany Stanley) 글래스고대 연구원은 "부모 반응이 아동의 정신질환 원인이라고 단정지을 순 없다"며 "하지만 부모와 자녀의 상호작용에서 엄마의 반응 속도가 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Probability of a timely vocal response in mother-infant interaction and later psychiatric diagnosis: A case-control study: 모자 상호작용에서 시의적절한 음성 반응의 확률과 이후 정신 질환 진단과의 연관성: 사례 대조 연구)는 2026년 7월 2일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