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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2026-07-02

무심코 먹인 항생제, 우리 아이 장 건강 해칠 수도... "불필요한 처방 줄여야"


아이가 고열에 시달리거나 콧물을 흘리는 급성 호흡기 질환에서 항생제는 흔하게 처방되는 약물 중 하나다. 실제로 국내 영유아의 항생제 복용량은 OECD 평균을 크게 웃돌며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소아 감염 질환의 상당수는 항생제가 듣지 않는 바이러스성 질환인 만큼, 불필요한 항생제 처방이 반복되는 원인을 면밀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무분별한 항생제 복용은 치명적인 내성균을 키울 뿐만 아니라, 아이의 평생 면역력을 좌우하는 장내 미생물 생태계까지 무너뜨린다. 이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김미정 원장(닥터해빗김미정소아청소년과의원)과 함께 항생제 복용이 아이의 장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불필요한 처방을 줄여야 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본다.

실제로 아이들에게 항생제가 얼마나 많이 처방되고 있나요?
우리나라의 영유아 항생제 처방률은 OECD 2위 수준으로 매우 높습니다. 특히 2~5세 영유아의 경우, 매일 아이 10명 중 1명 이상이 항생제를 처방받아 복용할 정도로 수치가 압도적입니다. 영유아가 면역력이 약해 2차 감염으로 잘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높은 편이며, 소아 급성 호흡기 감염의 80~90%는 항생제가 듣지 않는 바이러스 감염이므로 전체적인 처방량을 줄여야 합니다.

아이 증상에 따라 항생제 처방이 필요한 경우를 어떻게 구분하나요?
초기 2~3일간의 고열이나 누런 콧물, 가래는 백혈구가 바이러스와 싸우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따라서 증상만으로 세균성 감염을 단정 짓고 항생제를 쓸 수는 없습니다. 항생제는 의사의 진료를 통해 중이염, 축농증, 폐렴 등 '세균성 감염'이 강하게 의심될 때만 처방되어야 합니다.

병원에 가기 전, 집에서 경과를 조금 더 지켜봐도 되는 기준이 있나요?
가장 중요한 신호는 '아이의 컨디션'입니다. 콧물이나 기침이 나고 열이 오르더라도, 해열제를 먹은 뒤 잘 놀고 잘 먹는다면 2~3일 정도는 경과를 지켜봐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집에서 3일 이상 고열이 지속되고 아이가 눈에 띄게 처진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항생제는 아이의 장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나요?
항생제는 나쁜 세균뿐만 아니라,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장내 '유익균'까지 함께 공격합니다. 마치 잡초를 뽑으려다 정원 전체를 갈아엎는 것과 같죠. 장은 면역 세포의 70~80%가 모여 알레르기 반응을 조절하고,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을 분비하는 중요한 기관입니다. 유익균이 파괴되면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이 줄어들고 유해균이 번식하기 쉬운 환경으로 변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장내 미생물은 아이 건강에서 어떤 역할을 하며, 항생제로 인한 영향은 얼마나 오래 지속되나요?
장내 미생물은 면역 세포의 70~80%가 집중된 장에서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도록 훈련시키는 '제2의 장기'입니다. 아토피나 비염 같은 알레르기 반응을 조절하고,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90% 이상을 분비해 정서 및 인지 발달에도 기여합니다. 아이의 장내 생태계는 만 3세 무렵 완성되는데, 이 중요한 시기에 잦은 항생제 노출로 균형이 깨지면 장기적인 불균형을 남겨 평생의 장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항생제 복용 후 아이가 설사를 할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항생제 복용 후 설사는 11~29%의 아이들이 겪을 만큼 흔한 부작용입니다. 유익균이 감소해 소화 능력이 떨어지거나 항생제 성분 자체가 장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증상이 나타난다고 부모 임의로 약을 끊어서는 절대 안 되며, 주치의와 상의해 탈수를 막으면서 유산균 처방 등의 보조 치료를 병행해야 합니다.

프로바이오틱스 복용이 항생제로 인한 설사 증상을 줄이고 장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나요?
유산균을 함께 먹이면 설사를 예방하는 데 유의미한 도움이 됩니다. 유산균을 고를 때는 단순히 균 수가 많은 것보다 사카로마이세스 보울라디(Saccharomyces boulardii), 락토바실러스 람노서스(Lactobacillus rhamnosus)처럼 임상적으로 효과가 증명된 '균주'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불필요한 첨가물이 적은 것을 고르고, 병원에서 아이 장 상태에 맞는 맞춤형 균주를 추천받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모유 수유 중인 아기도 항생제가 필요할 때가 있나요?
신생아 시기에는 폐렴이나 패혈증 같은 전격성 감염 시 생명을 위해 항생제를 써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이때 모유는 훌륭한 천연 보호막이 됩니다. 모유 속 올리고당은 오직 유익균의 먹이만 되기 때문에 좋은 균들이 살아남도록 돕고, 엄마의 유익균이 아이 장으로 직접 전달되어 분유를 먹는 아이보다 훨씬 빠른 회복을 보입니다.

항생제 복용 중 아이 증상이 호전되면 중간에 복용을 중단해도 되나요?
가장 피해야 할 행동입니다. 증상이 호전되었다고 하루 이틀 만에 약을 끊어버리면, 장 속에 살아남은 소수의 세균이 강력한 '내성균'으로 변신합니다. 이렇게 되면 다음번 감염 시 더 독하고 강한 항생제를 써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항생제의 시작과 끝은 오직 의사의 판단에 따라 정해진 기간 끝까지 먹여야 합니다.

항생제 문제로 고민하는 부모님들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진료실에서 '항생제를 처방해 달라'고 먼저 요구하지 마십시오. 항생제는 해열제가 아니며, 불필요하게 복용한다고 해서 감기가 빨리 낫지 않습니다. 또한,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으시면 반드시 사진을 찍어 스마트폰에 저장해 두는 습관을 들이세요. 아이가 급하게 응급실이나 다른 병원을 방문했을 때, 이전 복용 이력을 정확히 알아야 약물 충돌이나 내성 위험 없이 안전하게 연계하여 처방할 수 있습니다. 부모와 의사가 각자의 자리에서 원칙을 지킨다면 우리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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